양동옥(진보당 해남군위원장)

 
 

될 줄은 알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누구인가? 수백만의 촛불로 불의의 권력을 쫒아낸 위대한 국민이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빨리, 둑 터진 저수지 물처럼 삽시간에 해치워 버릴 줄은 몰랐다. 단 10일! 10만 달성에 걸린 시간이다. '30일 이내'라는 청원요건의 3분의 1밖에 필요하지 않았다.

그 까다롭고 복잡한 인증절차는 이번에는 반드시 폐지시켜야 한다는 국민들의 성원과 의지 앞에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48년 태생(국가안보라 쓰고, 조작과 억울함으로 읽히는)의 이 법이 그동안 만들어낸 수 많은 피해자들과 이를 목도하며 함께 아파했을 국민들의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있던 국가보안법에 대한 불만과 불안 그리고 분노가 국민동의입법청원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표현된 것이다.

과정이 녹록지는 않았다.

'이미 사문화된, 있으나 마나 한 법'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마치 좀비가 일어나듯이, 국민을 겁박하듯이, 청원기간 중이던 5월 14일에 427시대연구원 연구자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또한 동의청원을 독려하며 만나 본 40대 이상의 몇 분은 청원에 동의하면 혹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도 있었다.

그 존재만으로도, 명칭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을 불안하게 해 낡고 부패한 적폐권력의 특권을 지키려는 것이 국가보안법의 진짜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만들고 이끌어 갈 20~30대 청년들이 '우리들이 살아갈 세상과 시대는 이런 법은 필요 없다'라고 명확하게 선을 긋고 주저함 없이 선뜻 함께 해줬다.

이번에는 꼭 없애야 한다며 앞장서 청원운동을 이끌어 주신 선배들이 있어 '단 10일'이라는 놀라운 기적을 만들었다.

이미 여러 차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국민들은 행동에 나섰었다.

특히 2004년 열린우리당이 국회의석 과반을 확보하고 있던 시절에 추운 겨울 50일이 넘는 단식을 수 백명이 국회 앞에서 진행했으나 끝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해 악법의 점 하나 바꾸지 못하고 좌절 한 기억을 쓰리게 갖고 있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인 것이다.

이제 국회와 정부의 시간이다.

국민들은 국가보안법 폐지의 의지를 숫자로 보여주었고, 눈과 귀를 국회와 정부를 향해 열어놓을 것이다.

옳은 선택을 바란다.

174석의 여당과 21대 국회, 그리고 정부의 수준과 성격이 국민에게 규정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전 정부 같으면 사건과 조작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덮으려 하겠지만 우리가 촛불로 만든 정부는 달라야하지 않겠나?

끝으로 국가보안법의 폭력으로 자유를 잃은 모든 양심수와 8년 넘게 갇혀있는 이석기 의원의 석방과 사면복권을 주장하며, 국가보안법 폐지 국회국민동의청원에 동참해 주고 응원해 준 해남군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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