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농가 "수확 늦어지면서 추대현상 나타나"
시간 지날수록 상품성 떨어져 농가 소득 감소

▲ 화원에서 배추 농사를 하는 김현철 씨가 수확시기를 놓쳐 꽃대가 자라고 있는 배추 속을 보여주고 있다.
▲ 화원에서 배추 농사를 하는 김현철 씨가 수확시기를 놓쳐 꽃대가 자라고 있는 배추 속을 보여주고 있다.

봄배추 가격이 다시 하락하면서 산지 수집상들이 수확을 늦추고 있어 자칫 수확 포기마저 우려되고 있다.

화원면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김현철(55) 씨는 산지 수집상과 계약하고 지난 3월 15일쯤 2000평의 밭에 봄배추를 심었다. 산지 수집상이 배추모와 비닐 등을 주고 김 씨가 인력을 구해 비닐터널을 설치했다. 봄배추는 60일이 지나면 수확이 가능해지는데 산지 수집상이 수확을 늦추면서 지난 24일에서야 수확을 시작했다.

김 씨는 "이틀에 걸쳐 배추를 수확하다 꽃이 피는 추대현상이 보인다며 중간에 수확을 중단했다"며 "농가가 배추 수확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상인들이 하는 건데 배추 가격이 낮아 수확을 늦추면서 배추에서 꽃대가 자라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정 수확 시기보다 10일 이상 지난 상황에서 꽃대가 올라오는 것이 농민 잘못이 아닌데 나머지 배추들은 수확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상품성이 떨어져 정산에서 제외되면 농민들만 피해를 입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가을배추 가격은 수확을 시작하는 10월부터 하락하면서 12월에는 10kg당 3647원까지 떨어졌다가 겨울배추까지 영향을 주며 지난달 9313원으로 올랐으나 이달부터 봄배추가 출하되면서 5500원으로 다시 하락했다. 이는 전년 및 평년 대비 각각 50.2%, 10%가 낮은 가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봄배추 저장량에 따라 6월에는 3500~4500원 선으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들과 계약한 산지 수집상이나 상인들이 선뜻 수확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수확이 늦춰지고 따뜻한 날씨와 잦은 비로 배추 내부에서 꽃대가 자라나는 추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농민들은 상인들과 계약할 때 계약금으로 30%를 미리 받지만 상인이 수확을 포기하면 나머지 정산금액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수확을 하더라도 상품성이 없는 배추는 정산에서 제외돼 그만큼 수입이 줄어든다.

구두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수확을 포기하면 농가들은 정산을 받지 못하고 밭을 정리하는데 별도의 인건비와 노동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손해도 입게 된다. 그렇다고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하면 상인들이 작성을 꺼리는 경우가 있어 농산물가격이 하락하면 수확을 포기하는 상인들로 인해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한편 전국적으로 노지 봄배추 면적은 지난해에 비해 3.5%, 평년보다 11.3%가 늘어난 2913ha에 달하며 생산량도 지난해보다 7.3%, 평년보다 16.1%가 늘어난 27만2496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남에서도 약 200ha에 봄배추가 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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