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술(전 해남군 건축사무관)

 
 

우리나라 국민의 60%는 똑같이 생긴 아파트에 살고, 그중에서도 대형건설사의 대형아파트단지를 선호한다. 신혼부부들은 대부분 첫 번째 집으로 아파트를 선택하다 보니 요즘 아이들 대부분이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다고 봐야 한다.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 아이들은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선호한다. 큰 조직의 일원이 돼야 안심한다.

한국에서 담장이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은 교도소와 학교다. 우리나라 학교 건축물은 교도소 혹은 연병장과 막사로 구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공간에서 우리 아이들이 생활해야 한다.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교실에서 12년 동안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이런 시설에 갇혀 지내는 듯한 12년의 생활은 우리 아이들을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할까. 똑같은 집, 똑같은 교실에 익숙하다 보니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거부감을 느낀다. 이런 환경의 아이들에게 다양성, 창의성, 도전정신을 요구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이런 학교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 세대는 방과 후에 마당과 골목길에서 뛰놀았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에는 마당이나 골목길이 없다. 때문에 학교 건축의 변화가 시급하다. 지금은 좁은 교실에 60~70명씩 공부해야 했던 고도 성장기의 시대가 아니다.

'지식은 책에서, 지혜는 자연에서'라고 했다. 학교에서 자연을 느끼고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제 학교는 스머프마을 같은 학교가 돼야 한다. 학교는 자동차의 접근이 불가능한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고, 운동장은 숲속에 둘러싸여 뛰놀아야 한다. 숲속 운동장은 방과 후에는 자연스럽게 지역주민들이 사용하게 될 것이다.

학교 건축물은 저층화되고 분절돼야 한다. 지금 대다수의 학교 건축물은 사람 몸의 250배 정도의 크기이다. 아이들은 사람 몸의 50배 정도 크기의 주택 같은 교실이 여러 채 있고, 그 앞에 다양한 모양의 마당이 있어야 한다.

교실의 천장은 높아야 한다. 3미터 이상 높이의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 서울의 신길중학교는 전원주택단지인지, 교외쇼핑몰인지 궁금해하는 학교를 지었다.

마당을 끼고 있는 집처럼 교실 사이사이에 자작나무, 대나무, 낙엽수, 꽃나무를 심어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계절을 느끼고 하늘을 볼 수 있다. 천장도 평평한 교실, 삼각형 모양, 둥근 지붕이 있다. 층고는 3.6미터에 달한다. 마감자재도 빨간 벽돌, 시멘트벽돌, 하얀색 외단열재, 탄화코르크 보드 등 다양하다.

이제 시민들이 운동장을 광장처럼 사용하고 마을주민 전체가 아이들을 키우는 학교가 돼야 한다.

해남의 학교 건축물을 바꿔 우리 아이들이 자존감을 가지고 타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자신의 개성으로 창공을 나는 독수리가 되도록 토양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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