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구(전 해남군의원)

 
 

세계 각국의 나라들은 그 나라의 국기(國旗)와 국가(國歌)가 있다.

대한민국의 국기는 태극기(太極旗)이며, 국가는 애국가(愛國歌)이다. 우리나라 선수가 올림픽이나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면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그럴 때면 온 국민은 애국하는 마음으로 가슴 뭉클함을 억누를 수 없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어느날 나와 가장 가까이 지내왔던 친구의 병문안을 갔다. 그는 5년 전 뇌경색으로 삶의 의미를 잃은 채 지금까지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병문안을 갈 때마다 그는 병실을 벗어나 산책을 요구했다.

그날도 나는 그의 휠체어를 뒤에서 밀며 산책하는 도중에 물었다. "자네가 잘 부르던 나훈아의 '영영'을 한 번 불러보게나"라고 했더니 대뜸 "몰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불러보게"하고 다시 말했다. 나는 한참을 기다렸다. 친구는 첫 구절을 읊조려보다 나직한 목소리로 "안돼"하고 말했다. 이 노래는 그가 노래방에서 즐겨 불렀다. 내가 불쑥 "애국가는 부를 수 있겠는가"라고 했더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하며 거침없이 부르는 게 아닌가. 후렴 부분은 그와 합창으로 마무리 지었다. 실로 감동 그 자체였다.

국가마다 국기와 국가가 있듯이 지자체도 시도기 및 군기, 찬가가 있다. 나는 해남 찬가의 역사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아직까지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옛 노래의 몇 구절을 열거해보기도 하며 미완성의 공허함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됐다.

"…/은은한 풍경소리/대흥사 해탈문에 산새가 우네/백설같은 목화꽃이 송이송이 피어날 때/옥천들 저녁노을 나풀거린 ○○로다/에헤야 자랑이요 동백꽃 핀 해남이라네" 60년대쯤 불리었던 해남군민의 노래였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바라건대, 누군가 이 노래의 가사와 악보를 보존하고 계시다면 지면을 통해 공개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하여 현존하고 있는 해남군민의 노래를 보존하고 앞으로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불리는 '해남 찬가'는 잘은 몰라도 대중적이고 경쾌한 멜로디라고 생각된다. "기름진 넓은 벌에 두륜산 높이 솟고/맑은 물이 굽이쳐 서해로 흐르니/아름다워라 우리 해남 살기 좋은 내고장…만만세"

가끔 마을 방송을 통해 전주곡으로 몇 구절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전부이다.

앞으로 언제쯤 해남 찬가가 다시 탄생할 지는 모르겠으나, 군민 정서에 맞고 현대적인 감각과 시대상에 부합하는 불후의 명곡으로 웅비하는 해남을 다 함께 부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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