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지방자치제도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권한에 귀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권한을 받아 주민들과 결합된 조직에서 지역사회의 각종 업무를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즉, 법률에 따라 특정 권한을 갖는 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여 정치, 행정, 생활 등의 사무를 주민들 스스로의 의사와 책임 아래 선임한 자치기관을 통하여 처리하는 활동과정이다. 지역의 일을 주민 스스로 처리한다는 민주정치의 가장 근본적인 요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해남군의 경우 지방자치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14개 읍·면에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자치회가 구성되어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면의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최근 43개 마을을 조별로 나누어 마을 자원조사를 하였다. 이장과 부녀회장, 그리고 노인회장을 만나 마을의 연령별 인구 수와 가구 수를 기초로 현재의 마을 상황을 자세히 듣고 기록물을 작성하였다. 이를 통해 방문한 마을의 연령대는 대부분 평균 70세로 심각한 초고령화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마을마다 전설과 유래가 뿌리 깊이 전해지고 있고 자연과 경관자원이 풍부한 곳이 많지만 매년 인구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마을에서 청년들과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마을 자체가 소멸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마을마다 회관이 설치되어 경로당과 함께 사용되고 있으며 빈집은 평균 3가구 정도로 사용하기에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 5년 동안 귀농, 귀촌 현황을 살펴보면 평균 1.5명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따라서 마을의 소멸을 막고 귀농, 귀촌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마을조직의 공동체 사업을 통한 인구 유입 방안을 모색하는 주민자치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마을 특성을 살려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홍보하고 빈집을 활용한 귀농, 귀촌인들의 농촌 체험학습을 병행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도시에 살면서 업무 스트레스나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직장인들이나 소상공인들의 귀농, 귀촌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번 마을 자원조사에서는 인적자원과 주요 농산물 및 특산물에 대한 조사를 병행하였으며 주민들이 원하는 의제에 대해서도 조사하였다. 마을마다 불편하거나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포함하여 주거, 복지, 마을공동체 사업을 조사하였다. 또한 소득증대 방안, 일자리와 평생학습, 문화, 예술부문 그리고 교육 및 유아 문제에 대한 자원조사도 실시하였다. 나아가 조사 내용을 토대로 마을의 장기발전 계획을 세우고 주민들 스스로 마을의 리더가 되어 주민자치가 성공할 수 있도록 각자 역할에 대한 내용을 기록하였다.

주민자치를 조기에 정착하기는 어렵고 힘들겠지만 마을 자원조사 자료가 토대가 되어 마을마다 힘을 합쳐 공동체 역할에 충실한다면 해남군의 주민자치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방자치는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주민자치 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아직도 현실적 벽이 높은 실정이다.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의 권한 확대를 목적으로 하면서도 정작 현장에서는 실현 가능한 권한들이 반쪽 정도밖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덧붙이자면 작년에 통과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이 삭제된 상태로 개정됨으로써 이에 따라 마을 공동체와 주민자치회 활동에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지방자치법에서 주민자치회의 구성 권한은 당연히 해당 지역이 갖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민자치회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주민자치회의 설치 근거를 지방자치법에 규정하도록 하고 주민자치회를 읍·면·동별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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