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사 반대에 임도 개설 어려워
차 없는 산사길도 사실상 불가능

대흥사 숲길의 아스콘포장을 걷어내 차가 다니지 않는 옛 산사길(황톳길)을 복원한다는 '두륜산 권역 길 정원 조성 사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옛 산사길 복원을 위해서는 대흥사내 긴급차량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임도 개설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지만 토지 소유주인 대흥사가 새롭게 임도 개설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사실상 무산될 상황에 놓인 것.

해남군은 대흥사 숲길은 현재와 같이 두고 매표소 뒤쪽 산책로를 중심으로 한 길 정원 조성을 검토 중이지만 사업의 핵심 중 하나인 산사길 복원이 수포로 돌아간 상황에서 길 정원 조성사업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해남군과 전남도는 지난해 120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흥사 입구 매표소부터 주차장 인근까지 2.1㎞ 구간을 차가 다니지 않는 옛 산사길로 복원하고 숲과 개울 등을 활용해 전국 최초로 길 정원과 개울 정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새롭게 임도를 개설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연 훼손 등을 이유로 찬반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이었지만 군은 인근 주민들과의 수차례 간담회를 갖고 임도 개설에 반대의견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 받아 우회도로 개설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에 들어갔다. 우회도로는 대흥사 매표소 뒤편 레이크하우스 인근부터 대흥사까지 길이 1.7㎞(폭 5m)로 조성되며 문화재 보수, 대흥사 관계자, 교통약자 등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흥사가 군으로 공문을 보내 임도 개설에 반대 의견을 밝면서 결국 우회도로 개설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이 중단된 상태다.

군 관계자는 "대흥사가 임도개설에 반대 의견을 밝혀 사실상 임도개설은 어려운 상황이다"며 "등산로를 정비해 길 정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군은 쉼과 재미가 있는 테마정원(휴-펀 밸리)을 조성해 특색 있는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선 7기 공약사업으로 두륜산 권역 길 정원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비는 120억원 이상 투입되며 임도를 개설하고 아스콘을 철거하는 1단계 공사와 길 정원을 조성하는 2단계 공사로 나눠 오는 2023년까지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또한 기존의 전기와 통신을 지중화하고 대흥사까지 상수관로를 설치하는 사업도 계획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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