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식(마산초 용전분교 교사)

 
 

월요일 1교시, 3학년과 리코더를 불었다. 안개인지 황사인지 뿌연 하늘 틈을 비집고 내리는 봄볕이어도 좋아 교실 창가에 서성이다 울타리 개나리꽃과 나 사이에 있는 적막한 운동장을 걸었다.

개나리꽃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3교시 4학년 음악은 교과서에 없는 노래를 부르고 연주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쩔 수 없는 교사이다. 2교시 여유시간이 조금 있는 교과전담교사임에도 그 순간을 잠시 맛보지 못하고 다음 수업을 생각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예전에 교무부장을 맡으며 교과전담을 할 때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았고, 아이들과 마주치면 과학 선생님, 음악 선생님이라 부르고, 수업 시간 교실에 가면 담임이 아니어서 그런지 학습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음이 보일 때면 내 학습지도 방법을 돌아보지 않고 아이들에게 섭섭한 마음도 들었었다.

방학 중 어느 연수에서는 강의 온 강사가 교감 승진하니 담임하지 않고 수업하지 않아 좋다는 말에 트집을 잡고 성질부리고 나왔다가 그 사람도 지혜롭게 사는 생활인인데 내가 뭐 잘났다고 그랬는지 반성도 했었다.

오늘처럼 여유시간이 있을 때 봄볕을 받고 서서 학교 구석구석을 이리저리 쏘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어느 학년이든 담임을 하고 싶었다. 그 뒤로 교무부장이나 교과전담보다는 담임을 맡아 나름대로 아이들이랑 학급문집 만들 글을 쓰고 산에도 가고 낚시도 가고 국악기도 연주하며 노래도 불렀다.

올해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학기 초 학급담임 및 업무 배정을 할 때 학교 사정을 설명하며 교과전담을 요청해서 그러자고 했다. 젊은 교사들에게 담임을 맡기자는데 내가 굳이 비집고 들어가기도 어색해 보일 듯해 그러자고 했다.

작년에 담임했던 아이가 나를 보고 부르는 소리에 시골 작은 학교 운동장에 쌓이는 적막이 깨진다. 계속 담임하며 글자 깨우치는 기쁨도 맛보며 그 과정을 글로 모아 같이 문집을 만들고 싶던, 나를 보면 무조건 엉겨 오던 아이. 저 아이와 있었던, 엄청나게 웃었던 날이 생각난다.

'글자 읽는 시간/그림을 보고/글자를 익힌다.//준서는 아직 글자를 모른다./복숭아 그림을 보고/얼른 '궁댕이!'라고 한다.//정말 아기 궁댕이처럼 보인다./서연이랑 내가 크게 웃으니/ '엉댕이!'라고 한다.//나랑 서연이는 또 웃었다./준서도 웃었다.//(필자 졸시 '궁댕이 엉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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