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욱(해남고구마식품 주식회사 대표이사)

 
 

대부분의 농산물이 도매시장에서 처리되던 예전과는 다르게 대형매장, 편의점, 홈쇼핑과 각종 SNS, 이제는 세계 최대 온라인 매장인 '아마존'을 통해 이역만리에서 우리 농식품의 구매까지 가능하다. 도매시장으로의 출하보다는 IT와 택배 서비스 강국이란 점, 비대면성 마케팅이 더해져 시장은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해남군 직영 쇼핑몰 '해남미소'가 9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경사스러운 일들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이쯤 챙겨볼 부분이 생긴다. 지리적표시제 인증까지 받은 해남산 고구마가 인접의 영암산에 비해 도매시장에서 낮은 대접을 받는다는 기사나 걱정들이 그것들이다. 물론 현실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이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마케팅의 절대불변의 진리를 곡해한 것일 수 있다. 모든 판매채널에서 1등을 하는 기업이나 상품은 거의 없다. 해당시장에서 1등을 하기 위한 '선택'을 한 후에 그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채널로 판매망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단일 판매채널로만 전체 물량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고, 쏠림현상으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성을 분산하기 위해서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라는 격언이 상기되는 이유이다.

고구마 시장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시기에 해남은 국토 최남단 지역이라는 지리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홈쇼핑을 이용한 택배를 통해 전국 출하로 명성을 쌓아갔다. 여기에 풍부한 원물을 기반으로 고구마말랭이를 앞세워 다양한 가공식품으로의 확대 발전을 통해 고부가가치형 제품을 개발하여 농가의 조수익을 증대시키고 더 나아가 체험을 통한 6차 산업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렇게 확보된 명성을 바탕으로 판매채널을 확대하기 위해 대형매장, 슈퍼형 매장 등으로 시장을 확장, 선점하게 되고 이런 채널을 통해 판매되고 남은 상품들을 도매시장에 정리하는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남산 고구마가 시장을 선점하고 난 상황에서 타 지역은 판매채널 중 그나마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은 도매시장이 된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것이다.

해남산 고구마의 도매시장 품질이 낮다는 말이 있지만 양질의 상품들은 대형매장, 홈쇼핑, 온라인 등의 다른 채널로 판매가 된 이후이며, 이 상품들은 해당 판매사들의 품질관리 기준을 준수해야만 지속적 판매가 가능한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만약 누군가가 대형 할인매장이나 온라인 채널에서 해남산과 인접지역 고구마를 구매해 두고 해남산 고구마 품질이 인접지역의 그것보다 좋다고 말하면 인접지역에서는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그들 역시 판매채널별로 점유하고 있는 차이일 것이라고 답변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달까 한다. 소비자는 1등과 2등만을 기억하는 습성이 있다. 전국에서 고구마가 생산되는 실정에서 익산, 논산, 당진, 강화가 아닌 그나마 인접지역인 영암과의 이슈라서 다행이다 싶은 마음까지 갖게 된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