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문화예술회관 다목적실에서 해남군립미술관 건립 기본계획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 지난 17일 문화예술회관 다목적실에서 해남군립미술관 건립 기본계획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접근성·명칭 타당성 떨어진다"

예술인, 공청회서 일제히 우려 목소리
읍에서 29㎞ 떨어지고 전시기능 상실
군 "창작·체험공간으로 국비확보 겨냥"

해남군이 폐교부지인 화산남초등학교에 군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타당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남군은 지난 17일 문예회관 다목적실에서 해남군립미술관 건립 기본계획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코로나19로 행사를 축소했음에도 주민과 문화예술인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해남군과 용역업체는 38억원(국비 40%, 군비 60%)을 들여 폐교 부지에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수장고, 체험실 등을 갖춘 2층 규모의 미술관과 시화작품 전시를 위한 시화관, 그리고 작가들의 주거공간과 작업공간으로 활용될 창작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실외에는 꽃밭과 텃밭 등 정원을 만들고 캠핑 등 야외체험장과 추억놀이 체험장, 소공연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해남을 대표하고 유명 기획전시를 유치해 미술관 정체성을 확보하면서도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연계해 문화예술을 활성화시키고 나아가 관광객 유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청회에 참여한 문화예술인들은 접근성과 명칭에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군립미술관 건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예술인들은 다른 후보지는 내놓지 않고 화산남초만을 콕 집어 미술관 건립계획을 짜고 있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으며 대표 작품도 없고 많은 예산을 들여 기획전시를 유치해야 하는 부담도 큰 상황에서 읍에서 29km나 떨어진 곳에 미술관이 들어서면 누가 이곳을 찾아 관람하고 작품을 사고 창작활동을 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경호 해남고 미술동문회장 겸 서양화가는 "다른 지역의 군립미술관은 군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데, 군민들이 가지 않고 보지 않는 미술관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해남읍에 군 소유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그곳에 건물을 올려 군립미술관을 비롯한 문화복합타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천식 해남서예협회 회장은 "해남군이 추진하는 군립미술관은 전시기능을 상실하고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주가 돼 있는 모양새"라며 "군립미술관이라는 명칭 대신에 예술창작촌으로 바꾸고 군립미술관은 접근성이 뛰어난 해남읍에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경자 해남군 문화예술과장은 "폐교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미술관 건립이 계획됐고 특히 군립미술관은 작가들의 창작공간과 체험공간을 주목적으로 하는 시설로 군립미술관이라는 명칭은 국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고 말했다. 또 "전시공간과 접근성 문제는 문화예술회관 전시공간을 활용하면 충분하며 차후에 수요를 감안해 읍 안에 미술관을 짓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형록 화산면 좌일마을 이장은 "좋은 경관에 미술관이 들어서고 인근 김가공공장의 체험프로그램과 연계하면 효과가 클 것이다"며 "접근성 얘기를 하지만 복잡한 해남읍에 미술관을 건립하자는 것은 잘못이다"고 말했다.

해남군의 해명에도 전시와 관람이라는 미술관 본래 기능을 상실한 채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만들기 위해 군립미술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수십억원을 들여 미술관을 짓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 문예회관에 전시공간이 있어 접근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해명도 문예회관 리모델링 후 오히려 전시공간 자체가 없어지고 동선 공간도 부족한데다 복잡해 전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예술인들의 의견이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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