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남초등 폐교 부지에 군립미술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해남군은 이를 위해 지난 17일 문화예술회관에서 군민과 문화예술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가졌다.

미술인들은 이날 공청회에서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우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해남읍에서 29㎞ 떨어져 있어 관람객이 얼마나 찾아올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시기능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것이다. 외부작가를 초대한 기획전시에는 예산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데 과연 지속성이 얼마나 있을지 우려한다. 군의 부지에 대한 용역의뢰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외부용역을 맡길 때 보통 후보지 3배수 정도를 놓고 타당성 검토를 해야 하지만 한 곳을 콕 집어 의뢰했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이곳은 명현관 군수의 모교이기도 하다.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되지만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의견이다.

명칭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전시기능이 상실될 게 뻔한 상황에서 군립미술관이라는 명칭을 예술창작촌으로 바꾸는 게 낫다는 것이다. 군이 추진하는 내용이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주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은 이번 군립미술관 건립이 작가들의 창작공간과 체험공간 제공을 주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명칭은 국비 확보를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후 읍내에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남에는 행촌미술관을 비롯해 소규모 사설미술관이 있다. 군립미술관 건립은 이번에 처음 추진된다. 미술관은 단지 전시공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종합적인 문화공간으로 나아가는 게 요즘의 추세이다. 군민들이 다양한 문화혜택을 받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관이 문화 인프라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입지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군은 이번 공청회에서 제기된 미술인들의 의견에 대해 전향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 문화미술인들은 군이 그동안 의견수렴 과정을 형식적으로 해왔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문화예술회관의 리모델링을 통해 2층에 있던 전시실을 없애고 1층 로비 한켠에 옹색하게 전시실을 만든 것에 대해서도 박탈감을 갖고 있다. 군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인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국비 확보도 과제이지만 문화예술인과 군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충분한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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