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섭(해남군농민회 정책실장)

 
 

이마와 눈꺼풀 위로 쏟아지는 굵은 땀방울을 팔뚝으로 닦아내며 논일을 하던 어느 날, 논둑에 벗어둔 옷 주머니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숨 가쁘게 울려댄다. 흙 범벅이 된 장갑을 가까스로 벗겨내고 손에 묻은 흙을 닦을 새도 없이 전화기를 꺼냈다. 모르는 번호다.

"여보세요!" "ㅇㅇㅇ 아버님 맞으신가요?" "ㅇㅇ태양광 업체인데요…." 다음 내용에 대해서는 전화를 받아본 분들은 다들 아실 것이다. 집 주소, 주택 형태, 마당넓이 등 질문들이 이어지고, 태양광을 설치하면 정부에서 보조해 주니 설치만 하면 수익이 된다면서 설치하라고 난리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사회문제는 전국적으로 발생한다. 해남도 예외는 아니다. 혈도간척지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화원의 육상과 해상을 포함한 풍력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지역주민 갈등 등등.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다. 해남에는 가정용을 포함해서 1500여 개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되었고, 1000여 개가 설치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폭염과 홍수 등 이상기후는 이제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인을 온실가스에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1990년도에 2억9810만t, 2000년도 5억3100만t, 2006년 5억9440만t이라고 한다. 2016년도에 전망하기를 2030년에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8억5060만t에 이른다는 것이다. 2006년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부문별로 정리하면 전력생산(화력발전소)에서 35.5%로 가장 많고, 다음은 산업부문 31.3%, 수송부문 19.8%, 가정과 상업 11.3%, 공공과 기타에서 0.9%를 나타내고 있다.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87.8%로 대체에너지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가 한국판 뉴딜이라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그린뉴딜 2050탄소중립을 계획한 것은 환영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천계획이 있는지, 있다면 올바른 실천계획인지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농촌지역의 갈등과 사회문제를 보면서 의문이 든다.

독일은 대체에너지 강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수도 베를린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시골마을 펠트하임은 주민들과 지자체, 중앙정부와 전력회사가 자금을 분담해서 전력을 생산한다고 한다. 55개의 풍력발전으로 250Gwh, 45만㎡ 부지에서 태양광발전으로 2.75Gwh, 바이오가스추출 후 열병합발전으로 4.15Gwh의 전기를 생산해서 1%만 자가 소비를 하고 나머지는 판매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자립과 전력 판매, 일자리 창출, 온실가스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은 이와 같이 에너지협동조합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1000개가 넘고, 계속해서 발전해 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신축건물 재생에너지 활용 및 에너지효율화 의무화 정책, 화석과 원자력발전에 대한 규제, 재생에너지 인센티브, 재생에너지 판매가격 보장을 위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도입, 화석연료로 발전한 전기에 대한 환경세 도입 등 강력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시사점이 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 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다. 피해 보는 지역과 사람, 이익을 챙기는 사람 따로인 우리와는 다르게 건설되고 운영된다는 점이다. 주민, 지자체, 중앙정부, 전력회사가 건설하고 이익은 주민과 전력회사가 나누며, 정부는 온실가스를 줄이며 에너지 민주주의로 가고 있다. 주민들은 일자리가 생겨서 실업률은 0%라고 한다. 2050탄소중립 계획이 정부 정책에 기생해서 사익만을 추구하는 기업과 소수 사람들의 영리목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정부는 발전 가능한 실행계획을 장기적으로 세우고 법제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주민들이 참여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서 에너지를 자립하고 남는 전기를 전력회사를 통해 판매하며 실업률 0%의 에너지 자립마을을 꿈꾸는 것이 비현실적인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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