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남과 진도어민들이 마로해역 김 양식을 두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9월 열린 해상집회에서 양측 어선들이 뒤엉키며 아수라장을 이뤘다. (사진 위)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전남도청 앞에서 해남어민 500여명이 모여 마로해역의 어업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 해남과 진도어민들이 마로해역 김 양식을 두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9월 열린 해상집회에서 양측 어선들이 뒤엉키며 아수라장을 이뤘다. (사진 위)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전남도청 앞에서 해남어민 500여명이 모여 마로해역의 어업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헌법재판소의 등거리 해상경계선 결정이 관건

1심 재판부는 해남측 주장 모두 인정 안해
양측 합의로 대법원 판결까지 어업권 유지

소송 1년만에 1심 판결

◇마로해역 갈등 과정= 마로해역(만호해역) 김 양식 관련 소송 1심에서 해남이 패소했지만 해남군수협과 어민들은 철저한 준비를 거쳐 항소할 것을 다짐하고 있으며 해남군도 아낌없는 행정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마로해역은 1982년 해남 어민들이 어장으로 활용하던 바다에 김 양식시설을 설치하며 개척했던 곳이다. 진도는 진도대교가 개통되고 물김 판매가 용이해지면서 1994년 해당 해역이 진도 해상임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다. 10여년을 마로해역에서 김 양식을 해온 해남 어민들은 생계를 지키고자 진도대교를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고 진도 어민들과 무력충돌을 빚으며 갈등이 심화됐으나 합의를 통해 1536ha씩 나눠 김 양식을 하도록 합의했다.

이후 한정 어업면허가 정식 어업면허로 변경된 2000년에도 면적이 재분배되긴 했지만 1370ha를 행사계약을 통해 해남 어민들이 사용했다. 어업면허는 10년을 주기로 완료되며, 1회에 한해 10년 연장이 가능해 2010년 어업면허 연장을 앞두고 진도는 해남 어민들과 행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며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고 조정절차를 거쳐 행사계약을 이행하고 진도에는 1370ha의 신규면허가 부여됐다.

마로해역의 어업면허가 만료되는 해인 2020년을 앞둔 2018년, 진도군수협은 행사계약서에 해당 지역에서 어업을 하지 못할 경우 설치된 시설물을 자진 철거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시켜 해남군수협에 전달했다. 해남군수협은 수 차례 진도군수협과 합의점을 찾았으나 결국 해결되지 않고 1년마다 이뤄지던 행사계약이 면허종료일까지 2년을 묶어 계약했다. 다시금 갈등이 불거졌으며 행사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진도군수협의 강경한 태도에 해남군수협과 어민들은 지난해 2월 17일 법원에 행사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소장을 접수해 재판이 진행됐다.

해남 주장은 사실상 기각

◇재판부 판단= 해남 어민들은 삶의 터전인 마로해역을 빼앗기면 생계에 위협을 받게 돼 전남도청 앞과 마로해역에서 집회를 갖고 김 양식을 이어가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진도의 입장도 강경해 해상에서 어선들이 충돌하는 등 아찔한 상황도 이어졌다.

1년에 걸친 1심 재판이 지난 10일 해남의 패소로 마무리됐다. 이번 1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해남 측에서 주장했던 것들에 대해 재판부는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마로해역을 두고 시작된 첫 갈등을 봉합하고자 진행됐던 1994년 합의를 두고 재판부는 영구적인 어업권 행사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1994년 10월 5일 양측 어민 대표가 만나 3072ha를 면허취득하여 상단부 1536ha는 진도가, 하단부 1536ha는 해남이 양식하도록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는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다. 다음날인 10월 6일 전남도와 지자체 등은 분쟁대책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하며 '면허기간은 1995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 어업권을 설정 처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재판부에서는 한시적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그간 작성된 합의서에는 영구적인 어업권 행사권한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고 2010년에도 법원의 조정결정을 받는 등 영구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해남이 수 십년간 마로해역에서 김 양식을 해왔고 매번 행사계약을 진행해왔던 것에 대해서는 행사기간 연장이 평온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 대립과 충돌이 있었으며 갈등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제3자들의 노력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관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2010년 진도군에 부여된 신규 어업먼허지에 대해서는 진도가 면적을 부여받았으나 양식산업의 변화와 발전에 따라 진도에 배정될 수밖에 없는 곳이었고 2011년에 해남에도 거의 같은 면적인 1333ha의 어장에 신규 김 양식 면허가 승인되는 등 진도에 특별한 이익을 부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수산업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과 시행령 제22조 제3호 등에 해당 지구별 수협의 조합원이 아닌 다른 수협의 조합원이 해당 어업권을 행사한 사실이 있거나 어업분쟁의 조정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총회의 의결을 거쳐 어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수산업법 시행규칙인 '어업면허의 관리 등에 관한 규칙' 제41조에는 해당 어장에서 어업권을 행사한 실적있는 자를 어업권 행사의 우선순위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어업분쟁의 조정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진도군수협이 총회의 의결을 거쳐 신고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항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반드시 의결해야 한다는 법적인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며 판례를 보더라도 최우선 순위자만이 독점적으로 어업권 행사계약을 체결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향후 대책= 해남 측에서 주장한 모든 것들이 인정받지 못하면서 재판에서는 참패를 했으나 지난해 10월 해남과 진도가 대법원 판결을 따르기로 합의하면서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진 대책위원장은 "무조건 승소할 것이라고 기대는 안 했지만 재판부의 일방적인 판결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해남군수협과 함께 2심에서는 승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남군도 지난해 10월 진도군과의 해상경계가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다. 이를 위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다수의 해상경계 권한쟁의 심판을 수임한 경험이 있는 법무법인 '해마루'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많은 지자체들이 해상경계를 두고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결과 헌재는 등거리 중간선 원칙에 따라 해상경계선을 확정한다고 결정해왔다. 홍성군과 태안군의 권한쟁의 심판에서 헌재는 지방자치단체의 해상경계에 관한 명시적인 법령이 없고 불문법상 해상경계선도 부재하며 형평 원칙에 따라 등거리 중간선 원칙과 죽도리 관할이 종래 서산군에서 홍성군으로 변경된 점, 사무처리의 실상, 죽도와 해당해역이 지리 및 생활적으로 긴밀히 연계된 상황 등을 고려해 해상경계선을 확정한다고 판시했다.

등거리 중간선 원칙은 마주보고 있거나 인접하고 있는 해안을 갖는 국가 간에 있어서 영해, 대륙붕 및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획정원칙의 하나로 경계를 기선상의 가장 가까운 점에서 동일한 거리에 있는 중간선으로 하는 것이다. 등거리 중간선의 원칙이 적용되면 해남은 지금보다 마로해역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지게 된다.

군은 마로해역 분쟁에 대응코자 TF를 구성하고 헌재 권한쟁의 심판과 민사소송 진행에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해남이 최종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할 경우 어민들은 생계를 잃고 시설 철거를 비롯해 김 양식을 위해 받았던 대출도 갚지 못하면서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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