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사립대학 교수가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교수는 신입생 유치를 위해 자비를 들여 수도권에 위치한 고등학교를 자주 찾았다. 어느 고등학교 교무실 칠판에 적힌 내용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잡상인과 대학교수 출입 금지' 그가 사비로 진학담당 교사들에게 줄 선물까지 사들고 고교를 찾는 이유는 뻔하다. 자신의 전공학과에 학생이 오지 않으면 폐과가 되고, 그러면 교수직도 그만둬야 할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당시 다른 대학교수에게 전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호남지역 사립대의 현실이 대부분 그렇다. 다행히 우리 대학은 출장비라도 대학에서 부담한다." 강의와 연구 활동에 힘써야 할 대학교수들이 오래 전부터 신입생 유치의 최일선에 내몰렸다.

이런 교수의 현실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거점국립대학으로 안주해온 전남대와 사립인 조선대 등 소수의 대학만이 신입생 유치 활동에서 어느 정도 자유스러웠다. 그러한 호시절이 옛날이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2021학년도 정시(일반전형) 경쟁률을 보면 전남대가 2.70대 1을 기록했다. 전년도 3.11대 1보다 크게 떨어졌다. 8개 거점국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3대 1에 미치지 못했다. 수험생은 정시모집에 가, 나, 다군에서 1곳씩 모두 세 번의 원서를 낼 수 있다. 중복 합격한 수험생을 감안하면 평균 경쟁률이 3대 1이 되지 않으면 사실상 미달이다. 조선대의 정시 경쟁률도 지난해 2.78대 1보다 떨어진 2.31대 1을 기록했다. 동신대는 1.34대 1로 집계됐으며, 호남대와 광주대는 정원미달 사태로 공식 집계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호남대는 합격생 전원에게 55만원 상당의 스마트 기기 교환권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눈물겨운 당근책을 내놓았다.

지역 대학은 그동안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부족한 신입생을 메웠으나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됐다.

대학들의 신입생 부족 사태는 앞으로 학령 인구가 줄어든 만큼 심화될 것이다. 이미 오래 전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서울에서 먼 지역 대학부터 망한다)는 말로 대학의 암울한 미래가 예견됐다.

이젠 대학 스스로, 아니면 교육 당국의 타율에 의해서라도 구조 조정에 적극 나서야 할 시대적 상황에 놓였다. 정원의 10%도 채우지 못하면서 대학 간판을 내리지 않는 '좀비 대학'은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이런 대학에 퍼부은 나랏돈은 더 긴요한 살림에 사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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