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해남고교 교사)

 
 

새 학기가 시작할 때 학생들과 공유했던 책이 한 권 있다. 프랑스 작가 미카엘 에스코피에의 동화책 '완벽한 아이 팔아요'이다.

줄거리는 어느 부부가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모델의 아이 중 '완벽한 아이'라는 모델을 구입하여 아이를 입양하게 된다.

아이는 새 부모님의 마음에 꼭 들게 얌전하게 혼자서 잘 놀고, 학교에서 모든 과목을 다 잘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한 아이였다. 부모가 학교에 데리러 오는 것을 깜빡한 곤란한 상황에서도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축제날이라고 잘못 알고, 축제의상을 입고 학교에 갔다 친구들에게 놀림 받은 완벽한 아이는 집에 가서 첫 반항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부부는 완벽한 아이를 데리고 마트 고객센터에 가서 수리를 맡기게 된다. 고객센터 담당자는 완벽한 아이에게 "가족이 마음에 드니?"라는 질문을 던지고, 완벽한 아이는 "마음에 들긴 하지만…", "…혹시 저한테도 완벽한 부모님을 찾아 주실 수 있나요?"라고 답하고, 다시 고객센터 담당자는 "완벽한 부모라고? 하하! 참 엉뚱한 생각이구나!"라고 웃으며 동화는 끝이 난다.

동화책을 실감 나게 읽고 나면, 아이들은 갑자기 생각에 빠진다. 나는 한 학기 동안 우리는 서로 수업의 파트너로 배움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관계라고 설명하며, 완벽한 아이와 완벽한 선생은 이 세상에서 별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서로의 실수에 대해서는 조금 용서하고 관용하자고 이야기한다. 동화책 덕인지 서로의 부족함이 크게 어긋나지 않고 한 학기가 마무리되곤 했다.

지난해는 이 책을 공유할 틈도 없이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한 해를 시작했고, 혼란스러울 새해를 맞이했다. 완벽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지난해 있었던 일들에 대한 소통과 새해 맞이할 일에 대한 소통에 애쓰고 있다. 나의 온라인 수업과 평가에 대한 반성, 그리고 학생들과 얼마만큼 배움을 주고받고 성장하였는지 몇몇 동료 교사와 나누며 새로운 1년을 준비하고 있다.

친구들 사이도, 학생과 학부모 사이도 완벽함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얼마만큼 서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며 새해를 준비하면 좋지 않을까?

나는 완벽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새해에 나에게 최선이 무엇일지, 최선이 안되는 상황이라면 차선은 무엇일지, 차선이 안되는 상황이라면 차악이 무엇일지, 차악이 안되는 상황이라면 최악(最惡)은 무엇일지? 물음을 던지며 시작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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