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도 척척… 1년새 한우 90마리로 불어나
하루 빨리 빚 갚고 조사료 농지 구입했으면

▲ 축산업을 시작한지 3년차에 접어든 박재훈 씨가 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 축산업을 시작한지 3년차에 접어든 박재훈 씨가 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지난해는 축사를 소로 채우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한우 출하와 관리에 매진하고 조사료 생산을 늘려나가고 싶습니다."

할아버지가 계신 해남으로 내려온 지 5년 차에 접어든 청년 박재훈(26·화산면 부길리) 씨는 농촌에 살아가기 위한 기반 마련에 한창이다.

강원도 정선에서 살던 재훈 씨는 지난 2017년 아버지의 고향이자 할아버지가 살고있는 해남에 정착했다. 시끄러운 도시보다 한적한 시골을 좋아했던 그는 농업경영전문대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할아버지 곁으로 향했다.

할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우며 지내다 고사리, 미니 밤호박,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과 닭, 오리를 키워보는 등 여러 가지에 도전했다. 그러다 2019년 한우와 조사료를 키우는 복합영농에 도전해보고자 대출을 받아 축사를 지었다.

재훈 씨는 "농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농사지을 땅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한우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규모가 어느 정도 있어야 나중을 위해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또래가 떠안기 버거운 빚이 생겼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초 25마리의 소가 지금은 1년새 90마리로 불어났다. 소를 입식하기도 했지만 새끼를 낳으며 사육 수가 많이 늘었다. 수정사를 통해 암소를 임신시키는 방법을 보고 배워 이제는 직접 수정한다. 올해만 50마리 가량을 직접 수정했다.

지난해에는 어미소가 난산으로 축사에 뛰어 들어가 직접 받았지만 새끼는 죽고 어미소도 일어나지 못해 긴급도축할 수밖에 없던 일에 한동안 마음이 아팠다. 아직은 모든 게 새롭고 어렵지만 하나씩 배우며 축산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재훈 씨는 "지난해 7마리의 한우와 송아지를 좋은 가격에 팔지 못했지만 의미 있었다"며 "소 값이 떨어지지 않고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름에는 조사료인 수단그라스를 심었는데 장마가 길고 집중호우로 수확이 어려웠다. 겨울 조사료인 라이그라스를 심어놓은 상황이다. 조사료를 2만평(약 6.6ha)에 심었는데 조사료 면적을 늘려나가고 싶지만 땅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아 고민이다.

재훈 씨는 "화산 인근에 땅을 구하려는데 나오지 않는다"며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의 임대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에서는 어린 나이여서 규모를 키워나가는 걸 걱정하신다"며 "사람들의 걱정이 인정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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