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이 전래놀이 놀이터에서 8자놀이를 하고 있다.
▲ 학생들이 전래놀이 놀이터에서 8자놀이를 하고 있다.
▲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만든 텐트 아지트.
▲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만든 텐트 아지트.
▲ 우정사진관 사진사 학생이 학생들 모습을 찍고 있다.
▲ 우정사진관 사진사 학생이 학생들 모습을 찍고 있다.
▲ 또래상담사가 한 학생의 고민을 상담하고 있다.
▲ 또래상담사가 한 학생의 고민을 상담하고 있다.

학교 안에 약국이 있어요

학교 안에 약국이 있는 특별한 학교가 있다.

산이서초등학교(교장 박문규)는 학생자치회에서 또래 상담사가 학생들을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방식은 독특하다. 고민이 있는 학생들은 약국 안내 역할을 하는 학생에게 사전에 예약을 하고 안내 학생은 고민이 있는 학생들을 어느 진료부서로 보낼지 분류한다. 이후 상담을 원하는 학생들은 매주 한 차례 다목적 강당에서 문을 여는 약국 상담시간에 맞춰 장래부, 관계부, 우울부 등 3곳의 진료센터를 찾아 또래상담사로부터 상담치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약을 타간다.

약은 간식종류인데 사과가 필요한 학생에게는 사과 주스를, 마음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는 학생에게는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도록 젤리를 주고 우울하다고 느끼는 학생에게는 초콜릿을 준다. 또래상담사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학기 초에 상담부 신청을 받아 한 학기 동안 관련 책을 읽고 교육을 받는다. 부모님이나 교사들이 아닌 또래 상담사가 있어 마음 편히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다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처방이 내려짐으로써 학생들 사이에 호응을 얻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안내부터 진료, 조제까지 맡아 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산이서초의 약국은 그래서 이름이 마음약국이다.

지난 7일 산이서초에서는 마음약국이 열렸다. 이날도 안내를 받아 고민이 있는 학생들이 3곳의 진료센터를 찾아 상담에 나섰다.

5~6학년으로 구성된 '또래상담사' 3명은 각각의 진료센터에서 미리 마련해놓은 문진표에 맞춰 학생들에게 상담을 진행했다.

어떤 마음으로 이 곳에 왔냐는 질문에 한 학생은 '슬프다'고 답했고, 어떤 고민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보다 어린 학생이 반발을 한다'라는 고민을 털어놨다. 또래상담사들은 고민에 맞는 처방을 내렸고 학생들은 조제실에서 이른바 간식약을 타갔다.

또래상담사인 김솔민(6년) 학생은 "고민 상담을 통해 똑같은 고민들을 하는구나 하는 공감에서부터 내가 모르는 고민들도 많구나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되는 등 서로가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 같다"며 "간혹 연애 상담을 하는 등 귀여운 고민들도 있지만 고민을 해결하고 밝은 모습을 찾은 친구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우정사진관은 추억을 선물로

지난 7일 학교 보건실. 침대와 우산, 꽃 등이 놓여있고 핑크색 옷을 맞춰 입은 학생들을 상대로 사진사 학생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오늘의 촬영 콘셉트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서 학교에 있는 소품들로 사진방을 꾸몄다. 사진사 학생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포즈를 요구하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학생들은 귀여운 포즈를 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친구들과 함께했다.

산이서초는 학생자치활동으로 우정사진관도 운영하고 있다.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고 싶은 학생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상상해 신청을 하면 학생자치회 회원들이 콘셉트를 어떻게 잡고 소품을 어떻게 마련할 지 회의를 하고 담당자를 배정해 촬영에 나선다. 그리고 이렇게 찍은 사진 가운데 가장 잘 나온 사진은 액자로 만들어 학기 말에 개인별로 선물을 한다. 사진사 학생들은 촬영을 대비해 사진 찍기나 사진 편집 등을 미리 교육하고 공부한다.

이날 사진사 역할을 한 신시연(5년) 학생은 "학교에 있는 것들로 소품을 마련해 재미있게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며 "친구들이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해 놀라기도 하고 추억을 함께하며 서로가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이서초는 마음약국과 우정사진관을 운영하는 또래 상담부 외에도 학교 내 갈등을 조정하고 규칙을 제정하는 자치법정부, 댄스동아리 활동을 하는 댄스부가 있다. 또 건전한 놀이문화 확산을 위해 보드게임을 즐기는 보드게임부, 학교 소식을 알리며 학교 게시판도 운영하는 홍보부 등 5가지의 학생자치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교 중심이 학생이고 학생 스스로 소통과 배려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학생자치의 현실과 미래가 바로 산이서초등학교이다.

재미와 예술, 환경을 버무리다

산이서초에 들어서면 운동장 주변에 새집이 전시돼 있다. 그리고 나무로 만든 텐트 아지트와 벤치도 보인다. 복도에는 공예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학생들이 공예를 배우고 체험과 예술활동을 접목해 학교 곳곳에 학생들의 손때가 묻은 작품들이 눈을 즐겁게 하며 생태학교의 이미지를 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아이들의 놀이문화 활성화에도 나서고 있어 체육관 외벽에는 '우리가 함께하면 별보다 아름다워'라는 글귀와 함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운동장과 체육관 사이 공간에는 학생들이 8자놀이와 사방치기 등 마음 놓고 뛰놀며 전통을 배우는 전래놀이 공간도 꾸며져 있다.

학교 주변에는 늘푸른지역아동센터와 예닮지역아동센터, 상공지역아동센터가 있는데 학원이 없는 지역특성을 감안해 이들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에 학생들이 함께 놀면서 예체능과 다양한 체험 학습을 배우는 공간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올해는 주춤했지만 산이서초에서는 그동안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하는 마을교육 프로젝트와 친환경 텃밭 가꾸기,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위한 예술꽃문화예술교육과 체험학습, 전교생이 참여하는 산이서 올림픽 등이 펼쳐졌다.

산이서초 학생들은 학교 표어처럼 오늘도 '꿈을 찾아 가꾸고 나눔을 실천하며, 미래핵심역량을 키우는' 학생들로 자라고 있다.

4남매를 산이서초와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박연희(36) 씨는 "서울에 살다가 남편 고향으로 귀농한지 8년이 되는데, 작은 학교라고 하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학습체험이나 문화생활, 외부활동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이 모든 것을 지원받아 누릴 수 있고 생태적 환경에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작은학교고, 산이서초다"고 말했다.

박문규 교장은 "전남도교육청의 영어환경놀이 구축사업에 선정돼 내년에는 원어민 강사와 함께 재밌게 영어를 배우고 영어전자펜으로 영어동화를 읽고 외우며, 영어영화도 시청할 수 있는 영어놀이 공간도 꾸밀 예정이다"며 "앞으로도 학생 모두가 주인공이고 행복한 산이서초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지난 1944년 산이서 공립학교로 문을 연 산이서초는 올 2월 73회 졸업식까지 포함해 511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산이서초 1층과 2층 계단 벽에는 25개의 액자가 걸려 있는데 1951년도부터 중간중간 빈 연도가 있지만 2015년 졸업앨범까지 액자들로 꾸며져 있다.

앞으로 추가로 졸업사진들이 채워질 예정인데 예전 학교 풍경에서부터 교복을 입은 선배들의 졸업사진들을 볼 수 있어 학교의 또 다른 자산이 되고 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