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천 전교조 해남지회장(두륜중 교사)

 
 

전교생이 30명이 채 못 되는 우리 학교는 학생과 학급 수가 많은 큰 학교에 비해 체험학습을 자주 하는 편이다. 보통 학기가 시작할 무렵에는 도교육청 직속의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여러 예술 활동을 몸으로 체험하고, 봄·가을에는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로 경험하는 교과연계체험학습을 한다. 여름철에는 야구, 배구 등 TV로만 보았던 스포츠경기를 직접 관람하고, 연말이 가까워지면 공연장을 찾아 뮤지컬 등 고급 문화예술 공연을 관람한다.

여기에 더해 3년에 한 번은 서울이나 제주 등 조금 먼 곳을 찾아 새로운 경험을 하는 수학여행이 있다. 규모가 큰 학교들은 매년 한 학년 학생들로만 수학여행을 하지만 우리는 규모가 작아 여행비가 많이 드는 어려움을 전교생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극복하려고 3년 기간을 두고 실시하는 것이다. 마침 올해가 수학여행을 가는 해인데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개학이 차일피일 늦춰지고 원격수업 끝에 학생들이 등교하기는 했지만 그 와중에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을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체육대회 같은 행사와 함께 모든 체험학습이 뒤로 늦춰졌다. 1학기가 끝날 즈음에는 방역을 위한 노력의 대가로 다음 학기 학사운영이 정상화되나 기대할 만큼 상황이 호전되었는가 했는데, 광복절에 삐끗하더니 만사휴의가 됐다. 제주도여 안녕! 에버랜드여 안녕! 1, 2학년은 내년을 기약할 수 있지만 3학년은 중학교 시절 소중한 추억의 한 장을 차지할 수학여행이 없어졌다. 사랑하는 3학년 학생들아 미안!

위태위태한 중에도 코로나가 진정되고 도교육청 지침으로 도내 1일 체험은 할 수 있게 되었다. 9월에는 영광 안전체험학습장을 찾아 다양한 상황의 재난대비 훈련을 하고, 10월에는 학생독립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던 나주역을 찾아 학생운동의 의미를 배웠다. 고급 호텔뷔페식당을 찾아 도시 음식을 맛보기도 하고, 천연염색 박물관에서 전통 염색에 대한 공부와 함께 멋진 쪽 염색 앞치마를 만들었다. 아쿠아리움을 찾아 다양한 해양생물을 보고 요즘 뜨고 있는 새로운 레포츠인 요트를 타 본 11월의 여수 체험까지 마치고 나니 2학기에는 매월 한 번씩 학교를 벗어나 공부를 한 셈이다.

이 모든 활동 동안 코로나 방역을 위해 이동수단인 전세버스를 한 대 더 부르고, 목적지에 갈 때까지 학생들이 좋아하는 휴게소에도 들르지 못했다. 내리는 곳마다 마스크 쓰기를 철저히 하면서 노심초사 한 덕분에 무사히 모든 체험학습을 마칠 수 있었다.

이제 종업식까지 두 달 쯤 남았는데 우리 지방에 농구, 배구 프로팀이 없으니 겨울 스포츠 관람은 어려울 듯하지만 지방 공연이 많아지는 연말쯤에 수준 높은 뮤지컬 공연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다시 심상치 않다. 가까운 도시들에서 코로나 확산이 다시 빨라지고 있다. 빨리 이 사태가 진정돼 우리 학생들의 소중한 기회가 무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