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과 관련해 각 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이나 유래, 전통놀이 등은 달라도 가족이 함께 모여 건강과 행복, 사랑을 기원하는 풍습은 같다. 추석을 맞아 다문화가정들의 추석나기를 들여다본다.

 
 

나라는 달라도 명절은 즐거워

지난 22일 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지난해 7월 해남으로 시집와 결혼 1년째를 맞고 있는 새댁 도티깜뚜(24·베트남) 씨와 결혼 2년 차인 투야나(29·러시아) 씨, 결혼 3년 차인 가내문(30·대만) 씨가 모처럼 모여앉아 다가올 추석 얘기를 하고 있다.

베트남 추석은 우리나라와 똑같은 음력 8월 15일이다. 베트남에서는 추석을 '쭝투'라고 부른다. 

도티깜뚜 씨는 "민족이 대이동하는 한국과 달리 베트남 추석은 우리나라로 치면 어린이날과 비슷해요. 쭝투에 빵과 케이크를 가족들이 함께 먹고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용돈을 주며 우리나라 송편처럼 월병을 먹고 저녁에 아이들은 전통놀이를 하며 뛰어 놀아요"라고 말했다.

대만의 추석도 음력 8월 15일이다. 가을의 가운데라고 해서 '중추절'이라고 부른다. 

가내문 씨는 "대만에서는 특히 이날 가족이나 친구들이 모여 바비큐 식으로 고기를 구워먹어요. 달의 둥근 모양처럼 만든 월병을 나눠먹고 유자를 먹기도 하는데 중국어에서 유자의 발음이 지킨다의 한자와 같아 유자를 먹으면 가족들의 건강을 지킨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러시아에는 추석이 없다. 투야나 씨는 "비슷한 시기에 러시아에서는 수확의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학교에서 감자나 당근을 이용해 야채공예를 즐기는 것이 다예요"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의 추석. 그녀들에게 추석은 어려운 과제이자 기쁨이기도 하다.

도티깜뚜 씨는 "작년 추석 때는 한국어도 서툰데다 신랑 친구들하고 가족 친지들을 위해 계속 음식을 차려야 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가내문 씨는 "가족들과 송편도 빚고 전을 부치기도 하는데 전 부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라고 거들었다. 투야나 씨는 "가족들을 따라 조상에게 성묘를 하기도 했는데 러시아에는 없는 문화라 신기하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이들 결혼이주여성들은 올해 추석은 코로나19로 고향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풍성한 추석을 위해 올해도 팔을 걷어붙일 태세다.

이들은 "이번 추석도 가족들과 함께 즐겁고 풍성하게 보낼 계획이고 보름달을 바라보며 가족의 건강을 가장 먼저 빌 생각이다"고 입을 모았다.

 

 
 
 
 

오색 꼬지전 만들기 '도전'

"꼬지전이 아니라 맛도 색깔도 예술이네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추석 음식인 오색 꼬지전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각 가정에 재료와 레시피 등을 보내고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사진으로 이를 보내도록 했다.

짱두린(21·베트남, 사진 위쪽)씨 부부는 "부부가 함께 추석음식을 만들어보며 명절 음식이나 명절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며 더욱 돈독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후앙치우영(37·중국, 사진 아래쪽)씨 부부는 "중국에서 볼 수 없는 오색 꼬지전을 가족과 함께 만들어볼 수 있었고 맛도 있고 예쁜 요리를 배울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풍성한 한가위에 전하는 풍성한 사랑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추석을 맞아 지난 20일 대한적십자사 우슬봉사회와 한듬봉사회 회원들과 함께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날 회원들은 그동안 묵은 짐들을 모두 꺼내어 벽지와 장판을 교체하고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등을 새로 마련해 주는 등 깜짝 선물을 선사했다.

이와 함께 추석을 맞아 관내 다문화가정 17세대에 따뜻한 격려품을 전달했다. 쌀과 잡곡, 참깨와 고구마, 김, 멸치 등 다양한 먹거리 12개 상품으로 구성된 한가위 선물 기획상품이 선물로 전달됐다. 

화원면에 사는 A 씨는 "추석 명절이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늘 가족끼리 외롭게 보냈는데 이렇게 찾아와 주고 늘 말벗이 되어 주어 위로가 된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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