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광주 군공항 이전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방부 군공항 이전사업단은 군공항 기본요건인 1150만㎡(350만평) 이상 부지를 갖춘 전남지역 9곳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4개월여간 개략적인 군 작전 수행 가능성 여부에 대한 검토를 벌였다. 이 중 유일하게 고흥만 간척지 일원이 통과돼 지난 달 공군에 '군사 작전 적합성 평가'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여 동안 진행될 공군의 평가에서 '적합' 판정이 내려질 경우 고흥은 무안, 해남과 함께 군공항 예비 이전후보지로 선정되게 된다.

국방부가 새로운 예비 후보지를 물색한 것은 2018년 당시 적합 판정이 나온 무안과 해남의 반대가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광주의 최대 현안인 군공항 이전작업은 고흥의 작전 적합성 평가가 나올 경우 후보군 포함을 결정한 뒤 3곳을 대상으로 이전작업이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예비 이전후보지를 결정하면 이전후보지 선정, 주민투표, 이전후보지 지자체장의 유치신청을 거쳐 군공항 이전부지를 최종 선정한다.

앞으로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 작업이 본격화되면 또다시 해당 지역사회는 격랑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해남과 무안에서는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당시 해남군의회와 예비후보지로 거론된 산이면 등 지역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군공항 이전반대를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한 것은 △예비후보지인 산이 간척지 농지가 사라지고 △전투기 이·착륙에 따른 소음 피해 △개발제한에 따른 재산권 하락 등 유무형의 피해가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해남에서는 개발에 따른 아쉬운 경험을 많이 갖고 있다. 수십년 전에 조성된 산이·마산지구 간척지가 대표적이다. 당시엔 경작지 확대가 당연시 되는 분위기였으나, 지금에 와서는 가치로 따질 수 없는 무한한 바다의 자원을 '수장'(水葬)시킨 결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수산자원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군공항 이전문제는 앞으로 냉철하고도 정확한 대응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반대를 전제로 할 필요도 없다. 해남은 왜 이전부지가 돼서는 안 되는 지, 아니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는 총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의회, 시민사회단체, 주민 등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과제이기도 하다. 충분한 고민과 대응은 자칫 찬반으로 갈릴 수 있는 지역공동체의 갈등과 분열을 미리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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