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위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 필요하다"
마을자치회 신설시 기존 단체와 충돌 우려
군의회의 주민의견 수렴 절차는 이례적

해남군의회가 집행부가 제출한 주민자치회 관련 조례안에 대해 충분한 주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이 더 필요하다며 이번 회기에서 심의를 보류했다. 군의회가 군의 조례안을 보류·부결하는 경우는 있지만 군의회 차원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직접 나선 것은 처음이다.

해남군의회 제30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지난 1일 열린 가운데 총무위원회(위원장 서해근)는 해남군이 제출한 '해남군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해남군 주민자치회 조례안은 해남군 조례규칙심의회에서도 한차례 보류됐다가 통과됐으며 군의회에서 또 다시 보류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서해근 총무위원장은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주민자치 실현과 지속가능한 공동체 구현은 우리 모두의 공동 목표이기도 하다"며 "해남군의 조례안에는 주민자치협의회, 마을자치회, 정책심의위원회, 중간지원조직 등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 개정안에 담겨 있지 않는 내용들까지 담겨 있어 더 미래 지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만큼 이해와 충돌이 예상되는 의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충분한 의견수렴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주민자치회 조례안은 풀뿌리 주민자치의 활성화로 주민편의와 복리 증진 및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치기능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마을단위까지 자치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 풀뿌리 주민자치의 기반을 마련했으며 주민총회 개최, 자치계획 수립, 중간지원조직 설치·운영 등 타 자치단체보다 선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군은 조례안을 마련코자 공무원, 군의원, 주민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수개월 논의했으며 지난 6월 16일부터 7월 5일까지 20일간 입법예고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에 앞서 읍면 주민자치위원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도 가졌다.

또한 조직개편을 통해 '혁신공동체과'를 신설하고 14개 읍면별로 주민자치위원회도 속속 구성되고 있다. 삼산면의 경우 해남군의 조례 제정에 맞춰 곧바로 주민자치회로 구성코자 수차례 준비모임을 갖고 있으며 주민자치위원회로 구성된 북평면과 황산면은 조례 제정 후 주민자치회로 전환할 계획이었지만 조례안 심의가 보류되면서 일정이 늦춰지게 됐다.

군의회가 조례안 의결을 보류한데는 각 마을별로 이장, 개발위원회 등이 있는 상황에서 마을자치회가 구성되면 기존의 단체와 이해관계 속에서 마찰이 생길 수 있기 때문으로 앞으로 이 조항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군은 마을자치회 구성을 주민자치의 핵심정책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주민자치회 조례안에 따르면 마을자치회는 마을총회 운영 등 마을단위의 주민총회 개최, 자치계획 수립, 마을축제 등을 비롯해 분쟁 조정 및 주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안 과제 등의 의견 제시와 협의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해남군 리개발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에 따른 개발위원회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한다고 명시됐다.

때문에 기존 이장과 개발위원회가 맡고 있던 역할을 상당부분 마을자치회에서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이해충돌이 우려되는 것이다.

군의회는 9월 중 주민자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홍보와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다음 회기에서 주민자치회 조례안을 재상정해 심의·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서 위원장은 "주민자치의 실현을 염원하고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인 만큼 의견수렴과 방법, 기간들을 잠정 협의해 최대한 그 기간을 단축·시행키로 하는 전제하에서 우선 보류했다"며 "일부 조항들도 조례에 담을 것인지 아니면 규칙에 담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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