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로해역 해상시위' 현장을 가다

▲ 해남 송지 어란어민들은 지난 29일 해무가 짙게 깔린 마로해역에서 200여 척의 어선을 앞세워 김 양식 어업권을 주장하는 해상 시위를 벌였다.
▲ 해남 송지 어란어민들은 지난 29일 해무가 짙게 깔린 마로해역에서 200여 척의 어선을 앞세워 김 양식 어업권을 주장하는 해상 시위를 벌였다.

"생존 걸린 김 양식어장 지켜내고
 이젠 어업권 분쟁 종지부 찍어야"
 다음달 3일엔 도청 앞 집회

 

어란항을 가득 메운 어선들이 짙게 낀 해무를 헤치며 마로해역으로 줄지어 향했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는 어민들의 굳은 얼굴에서 비장함이 느껴졌다.

지난 29일 송지면 어란항은 아침 일찍부터 분주했다. 올해 풍어를 기원하는 제2회 어란진성문화축제를 하는 날이기도 했지만, 40여년 동안 김 양식을 해온 마로해역을 지켜내기 위한 어민들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날이기 때문이다.

어란리 주변과 어선에 가득 만장을 걸고 풍어를 기원해도 모자라지만 어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날씨도 어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했다.

풍물패와 김영자 한국무용가 등이 살풀이 등 공연을 펼치며 선두에 서서 마로해역으로 줄지어 출발했다. 200여 척의 배가 마로해역으로 항해하기 위해 바다로 나서자 안개는 더욱 진해졌다. 짙은 해무를 헤치며 바다로 나선 어민들은 1열로 항해하며 마로해역을 돌아 다시 어란항에 돌아왔다.

어민들이 200여 척의 배로 해상 시위를 벌인 이유는 마로해역의 어업면허를 가지고 있는 진도군수협과 진도어민들이 해남군수협과 해남어민들과의 행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어업을 못하도록 하자 분쟁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해남군수협은 행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진도군수협에 대해 행사계약 절차 이행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다음달 12일 3차 변론이 진행된다. 해남어민들이 바라는 것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마로해역에서 김 양식을 하고 싶을 뿐이다.

40여년 전 처음 마로해역을 개척해 김 양식을 시작했던 해남어민은 행정적 편의에 따라 진도의 해역으로 정해 어업면허 만료 때만 되면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조정에 따라 해남어민들이 1370ha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전남도가 해당 면적만큼 진도에 신규 해역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갈등은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마로해역의 어업면허가 갱신되는 올해 또 갈등이 재현됐다.

어업면허는 10년을 기준으로 1회 연장이 가능해 올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10년 뒤, 20년 뒤에 똑같은 갈등이 반복될 것으로 보여 분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박성진 어란어촌계장은 "법원과 전남도의 중재와 해남과 진도 어민대표들의 합의로 10년 전에 신규 어장을 개발하도록 하면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 문제가 다시 언급될 줄 몰랐다"며 "지난 40년간 마로해역에서 생계를 꾸려온 어민들의 생존권이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남어민들은 다음달 3일 전남도청 앞에서 600여명이 집회를 가질 예정이며 올해 김 양식도 일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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