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금 (사)가정을건강하게하는 시민의모임 이사장

 
 

최근 잇따른 아동학대 관련 뉴스로 내 마음도 심란하다. 천안에서는 아이를 여행가방에 넣어서 숨지게 하고, 창녕에서는 부모의 학대를 참다못해 아이가 맨발로 집을 탈출했고, 또 부모가 아이 버릇을 고친다고 캄캄한 밤에 산속에 두고 왔다는 얘기 등. 우리는 부모의 심각한 아동학대 뉴스를 접했다. 어떻게 이런 부모가 있을 수 있을까 싶지만, 뉴스에 나올만한 신체적인 학대는 아니어도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어쩔 수 없이 드는 일상의 매를 얼마 전까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고, 요즘도 교육열(?)이 높은 부모가 공부나 성적 때문에 아이를 야단치거나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다.

인간은 신체적 정신적 자립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생명체이다. 특히 사회적 자립에 필요한 시간은 과거에 비해 늘어나고, 부모의 부담도 점점 더 늘고 있다. 아이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일차적으로 부모가 돌보기 때문에 자녀의 양육에 대한 모든 책임과 권한은 부모에게 돌아간다.

부모는 가능한 모든 경제적 시간적 재화를 쏟아 부어 아이를 양육하도록 내몰리고, 막중한 부담으로 키운 아이는 온전히 부모의 소유물로 간주된다.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이의 생명조차도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극단적인 경우 아이들을 데리고 동반자살을 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부모가 아이를 기르고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아이 낳기를 포기하게 한다.

더구나 지금의 젊은이들은 형제가 적어 결혼할 때까지 어린아이를 돌본 경험이 없다. 그러므로 젊은 부부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매우 서툴고, 모든 것이 두렵다.

더구나 아이 한 명을 낳고 기르는데 드는 비용과 노력을 계산해 보고는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젊은 부부도 적지 않다. 젊은이들이 부모가 되기를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실시한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들만으로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부모가 아이를 낳는 것과 동시에 자연적으로 지극한 모성이나 부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누구나 배우지 않아도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예컨대 부모는 아이가 아주 갓난아기일 때조차도 자신의 선호가 분명하고, 자라면서 부모의 속박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서는 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을 이해하고, 부모됨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또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비용이나 부담만이 아니라 삶의 즐거움이고 활력이 됨을 알려주어야 한다.

아이들과 좋은 부모-자녀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아이뿐 아니라 부모자신을 위해서도 부모의 욕망을 절제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 어린아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 적당한 시기에 아이를 자립시키는 일 등은 대부분의 부모에게 매우 어려운 주제이다.

일반적으로 사회가 현재 인구수준으로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이다. 남녀 두 명이 부모가 되니, 자녀를 최소한 2명은 낳아야 인구가 현 수준대로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0 이하로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나라가 되었고,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의 지속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몇 년 전이었던가, 해남경찰서 앞에 걸린 현수막에 '해남 인구 7만을 지키자'라는 문구를 보고 그 표현이 너무 절실해서 먹먹했는데, 옆에 있던 남편이 1960년대 초엔 해남 인구가 20만을 넘었다고 이야기한다.

해남인구는 이미 7만 아래로 내려간 지 한참 되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3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있는데, 면 단위는 읍보다 훨씬 심각해서 앞으로 20년 후에 해남군 내 각 마을 중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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