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냐, 고의냐" 6개월째 공방
지시받은 외국인 노동자 줄행랑
변상규모 차이로 민사소송 비화

▲ 지난해 12월 주인 몰래 수확작업이 벌어진 배추밭 현장.
▲ 지난해 12월 주인 몰래 수확작업이 벌어진 배추밭 현장.

화원에서 배추농사를 하고 있는 A 씨는 지난해 12월 아침에 자신의 배추밭에 갔다가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

자신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외국인 노동자 6~7명이 자신의 배추밭에 박스와 컨테이너, 트럭을 동원해 1500평 배추밭에서 배추를 수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 파악에 나선 A 씨는 외국인 노동자들로부터 'B 사장이 시켜서 일을 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고 B 씨에게 확인한 결과 '옆에 배추밭을 계약 재배해 배추를 수확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 말을 잘못 알아들어 이 곳까지 작업을 한 것 같다'는 더 황당한 답변을 듣게 됐다.

A 씨는 "밭떼기 상인인 B 씨하고는 잘 알지도 못한 상태로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만 있고 관리자 한 명도 없이 일을 한 것 자체가 문제이며 실수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며 "특히 변상해 줄 것을 요구했는데 해주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개월째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지난달 민사소송을 함께 제기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는지도 의문이어서 외국인 노동자는 다 도망 가버렸고 B 씨는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1년 농사를 하룻밤 사이에 날려버렸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처벌도 아직 되지 않고 있어 억울하고 또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건 당일 저녁에야 신고가 접수되는 바람에 불법체류자로 의심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소재 파악을 못해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으며 B 씨의 경우 절도혐의에 대한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에서 고의인지 실수인지 수사보강을 다시 요청해 현재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A 씨는 1000만원이 넘는 변상을 요구하고 있고 B 씨는 그동안 수백 만 원의 변상액을 제시해 그동안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사건은 특히 피해자 측에서 볼 때 황당하고 억울한 사건이지만 수사의 키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행방이 묘연해, 실수라고만 주장하고 있는 피의자 측의 말을 뒤집을 증거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지가 수사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의적인 사건이면 절도에 해당되지만 실수면 과실에 의한 재물손괴로 형사처벌은 어렵고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액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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