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연못에서 여학생들이 펌프질 놀이를 하고 있다.
▲ 생태연못에서 여학생들이 펌프질 놀이를 하고 있다.
▲ 4학생 학생들이 트리하우스에서 미술수업을 하고 있다.
▲ 4학생 학생들이 트리하우스에서 미술수업을 하고 있다.
▲ 학생들이 학교 다락방에 모여 다모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있다.
▲ 학생들이 학교 다락방에 모여 다모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있다.
▲ 학생들이 교내에서 자전거 타기 놀이를 즐기고 있다.
▲ 학생들이 교내에서 자전거 타기 놀이를 즐기고 있다.

폐교위기서 본교로 승격

서정초등학교는 지역민과 학부모, 교사들이 일궈낸 학교다. 서정초는 지난 1966년 군곡초등학교 서정분교장으로 개교했다. 3년 뒤에 학생수가 1000명을 넘어서자 서정초등학교로 분리됐지만 이후 계속 학생 수가 줄면서 1994년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장으로 격하됐다.

급기야 지난 2003년에는 전교생이 5명까지 줄어들어 폐교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학교가 없어지면 지역공동체가 사라진다는 위기감 속에 지역민과 학부모, 교사가 나서 폐교를 막기 위해 학생 수 늘리기에 나섰다.

학부모들과 지역민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학생들에게 사물놀이, 음악, 미술, 영어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전달했고 체험학습을 위해 자신들의 논과 밭을 내어줬다.

여기에 자연친화적 공동체 교육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특성화 프로그램이 빛을 발하고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학교가 서정초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해남읍에 사는 학부모들이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임에도 자녀들을 서정초로 보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학생 수가 크게 늘면서 지난 2014년에는 76명까지 늘어 2015년에 분교의 이름을 벗고 본교로 승격했다.

지금은 다시 전교생이 51명으로 줄었지만전교생 가운데 4명을 제외한 47명이 해남읍에서 통학버스를 이용해 서정초로 다니고 있다. 서정초는 현재 전남도교육청이 지정하는 혁신학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학교 전체가 놀이터

달마산과 미황사를 배경으로 학교 울타리와 교문이 없는 서정초. 지난 23일 중간놀이 시간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수 십 년 된 은행나무 주변에 만들어진 트리하우스(나무집)에서 자연의 시원함을 만끽하기도 한다.

학교 앞에 설치된 생태연못에서 남학생들은 연못에 돌을 던져 튀기는 물수제비 놀이를 하고 있고 여학생들은 연못에서 퍼온 물로 펌프질을 하며 물놀이에 나섰다.

김혜림(4년) 학생은 "쉽게 접할 수 없는 펌프를 이용해 친구들과 함께 펌프질을 하면서 물놀이를 하니 시원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학교 한 켠에는 움집이 있고 나무그네 벤치도 눈에 띈다.

고학년들은 헬멧을 쓰고 자전거 타기 놀이에 빠져들었다. 학교에 자전거 17대가 구비돼 있어 체육활동은 물론 놀이활동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던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특히 트리하우스는 서정초에만 있는 세상 하나뿐인 나무집 놀이터이다. 학생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든다는 취지로 지난해 학생들을 상대로 공모에 들어가 학생 작품을 바탕으로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직접 집짓기에 나섰다.

학교 운동장에 있는 은행나무를 살려 그 주변으로 집 모양을 만들고 나무판으로 계단과 바닥을 완성했다. 미끄럼틀은 두 사람이 탈 수 있게끔 넓게 만들어졌고 미끄럼틀 아래에는 모래를 깔았다.

트리하우스는 공부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4학년 학생 8명은 트리하우스에서 교사와 함께 디지털 기기로 사진을 찍어 편집하고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형화된 책걸상 대신 자연을 배경삼아 웃음이 끊이지 않는 수업이 한동안 계속됐다.

해남읍에서 3남매를 서정초로 보내고 있는 박미정(43) 씨는 "일반학교는 학생들을 성적 위주로 평가하지만 작은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고 존재 자체만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며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 가는 길을 가장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존중과 협력, 자기주도의 학교

같은 날 학교 옥상 위에 설치된 다락방에서는 다모임위원회가 열렸다. 학생들 스스로 안건을 논의해 결정하고 학교에 필요한 사항을 건의하는 학생자치활동의 하나이다. 이날은 통학버스 안에서 휴대폰 사용하지 않기와 관련해 학생들의 토의가 이뤄졌다.

봉여민(4년) 학생은 "잦은 통화와 카카오톡 소리로 공동의 장소에서 불편함이 크니 휴대폰을 꺼야한다"고 말했고 김범준(5년) 학생은 "부모님이 급한 일로 전화를 할 수 있는데 못 받으면 걱정을 하실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학생들은 통학버스 내에서의 규칙을 스스로 정하게 된다.

학교에 자전거를 구비하게 된 것도 다모임에서 나온 의견에서 시작됐다.

학교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 같은 존중과 협력, 자기주도는 마을과의 공동체 문화로 이어진다. 마을회관을 찾아 어르신들을 위해 재롱잔치와 그림책 읽기에 나서며 소통하고 해마다 대보름행사도 마을회관에서 열어 학부모와 지역주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 등을 즐긴다.

한글을 배우지 못한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학교는 학교 도서실과 교원연구실을 내어주고 문해강사를 활용해 지난해 석 달 동안 어르신 한글교실을 열었다. 부녀회와 청년회는 어르신들을 위해 통학차량을 제공했다.

해남읍 학교에서 자원신청을 해 서정초에서 8년을 근무하고 있는 이미숙 교사는 "작은 학교이기에 아이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챙길 수 있고 학부모와 교사, 학생이 모든 것을 함께 하고 꿈꾸고 행복을 찾아가는 학교가 바로 서정초다"고 강조했다.

김영성 교장은 "교실 두 칸을 연결한 다목적실밖에 없다보니 학생들이 실내에서 미세먼지를 피해 마음 놓고 배드민턴과 배구 등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아쉽다"며 "앞으로 학교에 학생들을 위한 작은 체육관을 만드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꿈을 이루기 위한 서정의 기적은 또 이뤄질 수 있을까 관심이 모아진다.

 

▲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만든 나무그네 벤치 모습.
▲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만든 나무그네 벤치 모습.

# 서정초 운동장에는 움집과 나무그네 벤치가 있다. 교과서에 옛날 사람들이 살던 곳으로 움집이 나와 있어 교사와 학생들이 직접 새끼를 꼬고 짚단을 쌓아서 움집을 만들었다. 안에 나무판을 깔고 놀기도 한다. 

나무그네는 몇 년 전 태풍으로 학교에 있던 삼나무가 쓰러지자 버리지 않고 교사와 학생들이 나무를 잘라 다듬어 만들었다.

학교에 있는 대부분의 시설은 이렇게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이 함께 만든 것들이다. 그것은 추억이 되고 학교의 상징이 됐다. 

지식으로만 배우는 교육 대신 직접 노동을 통해 체험하는 서정초 학생들. 

우리는 그것을 노작교육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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