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허가 받았지만 절차 많아
개발까지는 2년여 필요할 듯

▲ 지난달 25일 문내면사무소 앞에 모인 주민들이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지난달 25일 문내면사무소 앞에 모인 주민들이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업자-대책위 갈등에 주민도 찬반 갈려
대책위 "생활 터전 사라져도 피해 대책 없어"
사업자 "공청회 등 의견수렴 거쳐 추진할 것"

 

▲ 문내면 혈도간척지에 추진되고 있는 태양광발전 사업 조감도.
▲ 문내면 혈도간척지에 추진되고 있는 태양광발전 사업 조감도.

문내면 혈도간척지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이 추진되면서 업체와 주민들의 갈등을 넘어 주민들도 찬성과 반대로 나뉘며 지역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혈도간척지에 태양광발전시설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6년부터였다. 약 7000억원을 투입해 176만평 부지에 400㎿ 규모의 발전시설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복합단지를 세운다는 것이다. 남동발전이 사업추진을 위해 토지 소유주인 모아건설 측에 사업부지를 임대받아 전남도와 해남군에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추진하기 시작했다. 당시 전남도와 해남군은 주민 수용성 확보를 전제로 사업개발에 협조한다는 것이었다.

주민들도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앞으로의 사업추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추진에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신재생 에너지발전 사업을 추진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9년 4월에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하고 토지 소유주와 특수목적법인(SPC)인 해남희망에너지를 설립해 인허가 과정을 밟고 있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업체와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하던 대책위가 반대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한 것은 올해 초부터였다.

박훈동 이장단장은 "업체가 지역민을 고용해 마을을 돌아다니며 돈을 준다며 동의서를 받고 다니면서 지역이 둘로 분열되고 있다"며 "동의서를 작성해주면 300만원을 준다고 주민들을 현혹하고 동의서를 안내면 돈을 안준다는 말로 사업 내용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지역민과 어르신들의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위와 함께 주민과 논의해 지역을 위하는 발전 사업을 진행하겠다던 업체가 뒤에서는 사업추진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업체를 어떻게 믿을 수가 있느냐"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지역의 애환이 서려있는 삶의 터전인 혈도간척지에 태양광발전 사업을 해야만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혈도간척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과 계약을 진행하지 않고 올해부터 농사를 짓지 못하도록 하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모아건설은 올해 임대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을 밝히며 현재 재배되고 있는 보리 등을 수확한 뒤에는 벼농사가 가능하지 않다며 출입구들을 봉쇄하고 하나의 출입구만 이용할 것을 농민들에게 요구했다.

지금껏 쓸 만한 농지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던 농민들은 용수문제도 최근에서야 해결돼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게 됐는데 땅주인이라는 이유로 상의도 없이 농사를 못 짓게 한다는 것은 갑질이라며 반발하고 주민들과 함께 진입로의 일부를 막으며 충돌했다.

지난달 25일에는 트랙터와 트럭 등에 태양광 사업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깃발을 달고 시위에 나서며 사업 백지화를 외쳤다. 주민들은 태양광 시설로 인한 피해 대책도 없이 무작정 사업을 추진하려하는 업체를 규탄하며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이 받고 업체는 돈만 벌려는 목적만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대책위는 "혈도에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면 동양 최대 규모라고 하는데 환경에 악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며 "이에 대한 대책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에서 농업을 업으로 사는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을 없애는 일에 어떻게 찬성하고 동조하겠느냐"며 "이순신 장군의 승전 장소로 역사적이며 지역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을 어째서 개인이 소유해 지역갈등마저 유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해남희망에너지는 대책위가 지역분열을 조장하며 찬성동의서를 받고 다니는 과정에서 나오고 있는 돈을 준다는 얘기에 대해선 그러한 일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돈을 준다는 이야기는 사업부지 내에 마을별로 10㎿의 태양광을 지원해 마을 수익으로 하거나 주민 협의를 통해 마을발전기금으로 조성하는데 89개 마을에 약 160억 원을 투입하는 것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희망에너지측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되는 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사 중 지역 상생방안으로 89개 마을 태양광 설치, 경작자 생계대책, 지역 숙원사업비 지원, 관광자원화 개발, 신재생 홍보관 및 둘레길 조성 등에 600억원을 책정했고 운영 중에는 지역주민참여형, 지역사회단체 활동 지원, 사회복지사업 등 592억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혈도간척지 태양광발전 사업의 총 사업비는 약 7000억원으로 주민들이 4%인 280억원을 투자해야 주민참여형으로 진행할 수 있다. 사업부지 1km 이내의 읍·면·동에 거주하는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해 희망에너지는 문내면과 황산면의 주민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발전사업 허가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은 많다. 농지로 되어있는 간척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야 하고 환경영향평가, 실시계획 승인 등을 마무리하려면 2년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해남희망에너지가 지역민들의 찬성동의서를 받고 있는 이유는 전원개발촉진법을 통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발전사업 허가가 완료된 사업 중 주민수용성 등이 우수한 프로젝트에 대해서 실시계획 승인 및 선제적 계통연계가 지원돼 발전시설이 들어오는데 필요한 각종 인허가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남희망에너지 윤호수 본부장은 "태양광발전 시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무시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며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공청회 등을 가질 계획으로 주민들의 의견수렴도 이뤄 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민들을 설득하며 인허가 사항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며 "단순히 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 아닌 지역발전에 득이 되는 사업임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업체는 문내와 황산주민들 중 80% 이상이 찬성동의서를 작성했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으로 향후 진행될 인허가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결정이 어떻게 내려질지 관심이다.

대책위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집회 및 시위를 지속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어 지역내 태양광발전 사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난립하고 있어 지역의 환경파괴와 무분별한 난개발을 우려하는 시민사회단체도 반대입장에 힘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