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때 1년 후 해제" vs "공론 없이 일방 결정"
상품권 사용은 도소매·식당·전통시장 순 많아
쏠림 현상 제한적 전망도… 군, 용역거쳐 보완

▲ 해남사랑상품권 공익성 실현을 위한 군민연대가 지난 6일 해남군청 앞에서 공개질의를 하고 있다.
▲ 해남사랑상품권 공익성 실현을 위한 군민연대가 지난 6일 해남군청 앞에서 공개질의를 하고 있다.

해남군이 지역 내 농수축협에 대한 해남사랑상품권 사용을 일부 허용함에 따라 농민단체와 소상공인단체, 사회단체 등이 공론화 과정도 없는 일방적인 군의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해남군과 농수축협은 지난달 29일 하나로마트를 제외한 영농자재와 주유소 등은 해남사랑상품권 가맹점 등록이 가능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협약을 체결했다.

군은 해남사랑상품권을 발행·유통하는 과정에서 농수축협은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정한 준·대규모점포에 속하지 않아 업종 제한을 둘 수 있는 규정이 없었지만 상품권이 골목상권과 동네상권을 살리는데 사용될 수 있도록 농수축협에서의 사용제한에 대해 지역 농협장들과 협의하고 설득했으며, 이 과정에서 상품권 시행초기에는 농수축협 가맹점 가입을 전면 제한하는 대신 1년 경과 시점에서 해제를 검토한다는 전제로 합의를 이룬 만큼 더 이상 농수축협에서의 전면적인 사용제한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돈이 도는 지역사회를 위해 지역내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해남사랑상품권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등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지역 내 거대 소비처로 타 지역에서 이미 농수축협으로의 지역화폐 쏠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농수축협은 고객이 줄어들어 사용 제한을 풀어야 하는 등 이해관계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남사랑상품권 정책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폭 넓은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공론화장이 없었으며 시기적으로도 코로나19로 지역내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해남사랑상품권의 경제적 효과분석과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주민들과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수렴 등을 거친 후 논의됐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나타내고 있다.

실제 매일시장상인연합회, 오일시장상인연합회, 작물보호제협회, 해남YMCA, 전국공무원노조 해남군지부, 해남군비정규직노동조합, 민중당 해남위원회, 소상공인연합회, 이용협회, 미용협회, 해남평통사, 농민회 등은 '해남사랑상품권 공익성 실현을 위한 군민연대'를 결성하고 지난 6일 해남사랑상품권 제도를 변경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공론의 장에서의 논의와 이행당사자의 동의 없이 실행한 이유, 해남군의 대책을 묻는 해남사랑상품권 공익성 실현을 위한 공개질의를 가졌다.

이들은 "농민수당을 해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고 농수축협에서의 사용을 제한한 것은 해남사랑상품권의 공익적 기능을 확산해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대의에서 결정된 것이다"며 "하지만 해남군이 지역사회 합의 과정을 무시한 채 농협 경제사업소와 주유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업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지역사회 분란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 위기 국면과 맞물려 있어 경제위기가 극복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는 점과 지난 1년간 해남사랑상품권 운용상황을 파악한 후 제도개선이 필요했다"며 "이번 제도변경의 근거와 중요한 문제를 공론의 장에서 논의하지 않은 행태에 대해 시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개질의서를 명현관 군수에게 전달했다.

이날 명 군수는 "해남사랑상품권의 발행을 준비할 때 농수축협에서의 사용제한에 대한 건의가 없었지만 상품권이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자 조합장들을 설득했고 이 과정에서 1년 동안 운영해보고 풀어주기로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며 "농수축협에서의 사용제한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도 많았고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사용을 제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보완책을 마련해 농수축협으로의 쏠림에 대한 우려를 줄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농민수당은 지역경제 선순환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담아 해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고 있는 만큼 공공성을 위해 기존과 같이 농수축협에서의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좋은 취지로 발행된 해남사랑상품권이 공론화 없는 정책 변화를 겪다보니 갈등이 빚어지고 모든 책임이 군수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며 주민생활과 밀접한 정책은 공론화장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남군은 앞으로 해남사랑상품권 경제적 효과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상품권 유통구조 및 제도개선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군이 발행일로부터 지난 1월 말까지 해남사랑상품권 상품권 유통을 분석한 결과 사용 연인원은 1만4231명, 단체는 306개소에서 구매했다.

상품권 사용은 도소매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 음식점과 전통시장 등의 순이었다.

해남군은 농민수당 지급액 77억원 중 11%만 농자재 업체에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농수축협이 부분 허용되더라도 상품권 쏠림 현장은 크지 않고, 상품권 발행규모도 수백억원에 달해 소상공인 피해는 우려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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