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섭(전 해남다인회 회장)

 
 

작년 말부터 세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 기세가 우리나라에서는 꺾이고 있으나, 지금도 방역망 밖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생활방역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면 올 겨울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대유행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우리 해남은 아직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어 안도가 되나 한시라도 경계를 늦출 수가 없다.

얼마 전 KBS1 TV 아침마당 프로그램에 나온 교수들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는 3대 식품을 소개하면서 바이러스에는 녹차, 세균에는 생강, 염증에는 강황을 추천했다. 차의 성지로 알려진 해남에는 누구나 녹차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해남군이 삼산면 구림리에 조성한 녹차밭은 관리사무소에서 정성을 다해 가꾼 결과 새 봄을 맞아 참새 혀같은 어린 잎이 파릇파릇 올라오고, 군내 여러 지역에도 비록 규모는 작지만 야생차 밭이 있다.

지난 19일은 절기상 만물이 생동한다는 곡우였다. 차를 즐기는 분들은 녹차 중에서도 곡우 전에 딴 우전차가 맛과 향이 제일 뛰어나다고 한다. 사실 우전차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말은 아니고 우리보다 차 문화 역사가 1000년도 앞선 중국에서 나왔다. 위도상 따뜻한 중국 남쪽 지방에서는 곡우 전에 찻잎을 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의 스님은 중국 다서에서 전차가 제일 좋다고 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곡우 전에 찻잎 따기가 너무 이르다고 했다. 지금은 지구가 따뜻해져 해남에서도 곡우 전에 차를 딸 수 있다. 올해는 4월 중순부터 아주 어린 싹을 딸 수 있었다.

이제 며칠 후 5월이 되면 찻잎은 더욱 활짝 필 것이다. 차는 누구나 마시는 기호 음료이고, '선다일여(禪茶一如)'같은 오묘한 진리를 구하는 것도 아니며, '행다(行茶·차를 달여서 대접하거나 마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해진 규칙도 없다. 차를 내리고 마시는 생활은 어렵지 않다. 그냥 일상 속에서 편하고 쉽게, 그리고 검소하고 소박하면 충분하다. 정히 차 만들기가 번거로우면 생 찻잎을 냉동시켜 놓았다가 끓여 마셔도 차 맛은 그대로이다.

차 동호인 여러분! 햇차의 계절에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차를 따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겨낼 수 있는 튼튼한 면역력도 기르면서 햇차의 향기 속에 가족 모두가 삶의 질을 더 한층 풍요롭게 가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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