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금 (사)가정을건강하게하는 시민의모임 이사장

 
 

우리는 모두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인간의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건강, 경제적 안정, 가정의 행복 등 세 가지를 주로 꼽는다. 얼마 전 모 언론사가 19~23세 청년들을 인터뷰해서 내린 결론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건강의 좋고 나쁨, 부자로 살거나 가난하게 사는 것이 개인의 운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 왔다. 따라서 각자 건강을 위해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하며, 경제적 안정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필사적으로 애썼다.

그런데 현대 복지국가는 국민 개인의 건강이나 경제적 안정을 국가의 책임으로 인식한다.

그러므로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각종 예방과 치료를 위한 사업을 하고 건강보험제도를 마련하고 있고, 부족하긴 하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초생활보장이나 연금 지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가족원 모두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하는가?

누구든 가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내가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정은 사적인 공간으로 치부해 국가도 책임을 느끼지 않았다. 행복한 가정을 영위하기 위한 노력은 개인도 국가도 큰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가정의 건강성에 관한 관심은 1960년대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연구자들은 이혼율이 심각하게 증가하자, 사람들이 왜 이혼하는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어떻게 사람들이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는 가로 연구 방향을 바꾸어 건강한 가족들이 가진 특징들을 밝혀내는 연구를 했다. 이를 통해 가족 간에 의사소통을 얼마나 잘하는지, 가족들이 얼마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지, 가족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지지가 되는지 등이 가정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기본적인 요소임을 밝혀냈다.

근대화와 산업화에 따라 급격히 가정이 분화된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말 IMF 위기를 겪으면서 가정의 건강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경제적 위기를 맞아 가장의 실직이라는 똑같은 어려움을 당한 가족들 가운데, 왜 어떤 가정은 해체되고 어떤 가정은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었는가를 규명하고자 했다.

가정 내 폭력이나 가족원의 학대, 나아가 가족의 해체는 가족원 개개인의 행복감을 떨어뜨리고, 국가 또한 큰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므로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영위하는 일은 개인의 행복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복지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행복한 가정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도 나서서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행복한 가정생활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또 완전히 개인적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평균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나라, 노인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인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일이나 노인을 돌보는 일, 가족돌봄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개별 가정의 일이 아니며, 국가가 나서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건강가정기본법'을 시행하고, 전국에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운영하여 개별가정의 건강성을 증진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행복한 삶의 바탕인 건강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별 가족원의 자각적 노력과 함께 국가의 적극적 지원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