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마산면)

 
 

가을 한복판에 두륜산 자락에서 해남미남(味南)축제가 열렸다. 군은 이번 축제에 13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하면서 "전국 최대 농어업군인 해남 농수산물을 활용한 건강한 먹거리를 다채롭게 선보이며 해남 대표축제로서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고 한다.

미남축제를 지나면서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웃음을 선사하고 떠난 코메디언 이주일이 기억에 되살아남은 뜬금없음일까? 그는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라며 우리를 사로잡았다. 미남축제가 사람들에게 뭔가 보여드렸으면 하는 바람에서일까? 그는 또 "못 생겨서 죄송하다"고 하면서 인기를 누렸다.축제를 열심히 준비했다. 그럼에도 '미남축제'라는 이름에는 갸우뚱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음식축제인데 왜 미남일까? 인터넷에서 '미남'을 검색해 보았다. '얼굴이 잘생긴 남자'라는 국어사전을 시작으로 잘 생긴 남자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네이밍이 중요한 시대이다. 이름으로 자신을 충분히 나타낼 수 있어야 하는데 미남축제는 그러지 못하며 이에 더해, 미남이라는 말 자체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단어라고 본다.

지난날 미스코리아 대회를 하면서 젊은 여성들 몸매를 TV로 중계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에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행사라고 하면서 안티미스코리아 대회도 열었다. 미남축제라고 하니 미스터코리아, 미남콘테스트를 연상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미남이라는 말은 남녀로 구별하고, 외모를 따지는 차별 단어이며 인권감수성 문제로 나아갈 수 있다.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장흥 물축제에서 올해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축제 프로그램에 포함된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가 여성 몸을 대상화한다면서 반대시위를 벌였고, 뉴스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뜨거웠다. 난처하게 된 장흥군은 곧이어 누드촬영대회를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미남축제와는 멀어 보이는 이야기일 수 있다. 우리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웃 군을 눈여겨보아도 좋겠다.

해남은 농업이 주산업이고 어업도 병행하고 있어 먹거리로 우리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지역으로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하다. 해남의 맛을 알리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축제는 계속되어야하고 성공시켜 나아가기를 바란다.

미남축제 이름을 다시 짓자. 해남에 친숙하고 정겨운 말들이 많다. 해남의 맛난 먹을거리가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이어준다는 당당함으로. 땅끝 해남에서 맛난 잔치판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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