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해남제일중학교 1학년 한 반을 대상으로 기자와 관련한 직업교육을 실시했다.

기자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번 주에 발행된 해남신문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기사를 바탕으로 미니신문 만들기 수업도 진행했다.

그런데 미니신문 만들기에 참여한 30여명의 학생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이 주에 가장 인상깊었던 기사로 10월 25일 자 1면에 보도된 '옴짝달싹 못하는 터미널 앞 횡단보도, 대책 마련해야'라는 기사를 뽑았다. 그리고 선정이유로 대부분 나도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다를 꼽았다.

특히 한 학생은 실제 이 곳에서 사고를 당한 자신의 경험을 설명했다. 이 학생은 재작년 초등학생 시절 터미널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어 다행히 뼈를 삔 정도의 상처만 입었지만 지금도 건널 때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손에 짐까지 든 한 할머니가 횡단보도를 건너려 했는데 차들이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가서 할머니가 난처해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이 기사와 관련해 택시기사들을 중심으로 일부 운전자들은 이 곳에 횡단보도가 생길 경우 심각한 교통체증이 불가피해 오히려 사고위험이 커질 것이다거나, 무단횡단이 더 문제라거나, 교통봉사나 주변에 불법주정차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월 현재 해남지역의 차량등록대수는 3만8871대로 해남 전체 인구가 7만여명임을 감안하면 군민 2명당 1대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차량이 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교통행정과 교통문화도 보행자 중심이 아닌 차량 중심이 되가고 있다. 차량 소통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보행자 안전을 우선하는 행정과 운전자 의식은 더디기만 하다.

현행 도로교통법(제27조 제1항)상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 운전자는 차를 일단 세워야 한다. 이를 어기면 범칙금 6만원을 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운전자를 많이 보지는 못한다. 아예 내가 먼저 가야 한다는 식으로 윽박지르듯이 속도를 높이는 운전자까지 보인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으면 모든 차량은 반드시 정지해야 하고 프랑스·독일·호주 등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뿐만 아니라 횡단하려는 보행자까지 보호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고 한다.

교통체증이 우려된다면 신호등을 설치하되 특정시간대만 신호등이 켜지게 하거나 차량 신호는 길게하고 보행신호는 상대적으로 짧게 하는 방법, 보행자가 건너겠다고 요청하는 버튼을 누르면 보행자 신호로 바뀌는 신호등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비단 해남터미널 앞 횡단보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남경찰서와 해남군 등 관련 기관은 지금이라도 전반적인 의견청취와 현장 조사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운전자들도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으면 일단 멈춤이라는 보행자 배려 문화를 적극 실천해야 한다.

모두가 행복한 해남은 횡단보도 신호등 하나에서도 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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