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란(사회복지사)

 
 

며칠 전 한 뼘 땅에 파 씨를 심고 덤으로 상추씨와 시금치 씨를 뿌리며 골목을 휘돌아 달려가는 바람의 뒷모습을 따라 가을 마중을 나섰다.

예년 같지 않는 날씨에 수확하는 기쁨을 누려야 할 농부들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는 요즘이다. 연이은 가을 태풍에 농부들의 마음이 타들어 간다. 태풍 링링에 이어 '미탁'이 할퀴고 지나간 들녘에 쓰러진 벼들을 마냥 지켜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걱정이 앞선다. 자연도 이러한데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어떠하랴.

어떤 사람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어제의 하루를 오늘의 시간과 동일 시 여기며 어제의 하루에 자신을 가두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된다.

내게 주어진 하루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 여기겠지만 그 시간 속에는 관계와 관계가 컴퓨터 속의 전산망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 인하여 나와 연관 지어진 관계는 때로는 잘 닦아진 고속철처럼 관계 형성이 잘 이루어져 하루의 삶이 뿌듯한 희망을 함께 나누거나 또 어떤 관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이러스를 묻혀 와 한동안 치료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이렇듯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복잡 다양하지만 내가 아닌 상대가 되어 바라본다면 참으로 세상은 사람 사는 맛이 날 터인데 우리는 서로 우를 범하기도 한다.

과연 나는 나와 관계된 모든 이들과 어찌 하루를 보냈는지 또 그들은 나로 인하여 환한 웃음을 지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며칠 전 헤어진 한 아이와의 대화가 노랫말의 가사처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라는 의미가 되어 그 아이의 앞날에 구김살 없는 희망의 꽃으로 가득 피어나길 기도해본다.

"내가 보고 싶어질까요?"라고 물어와 "그럼 항상 보고 싶을 거야." 라고 말하자 작은 목소리로 연락처를 적어 달라는 고사리 같은 손을 꼬옥 잡고 눈을 마주치며 서로를 확인했던 시간이 뿌듯한 행복으로 떠오른다.

아이에게는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 심리적 회복탄력성은 밑바닥까지 떨어졌어도 좌절하거나 포기하기 보다는 다시 튀어 오르는 능력을 말한다.

이것이 높을수록 역경, 고난,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 등을 딛고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 어린시절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무조건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아이는 바로 사랑과 존중, 신뢰를 주는 소통 능력에 힘입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다.

인생에 있어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지만 뒤돌아보아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갈 때 나와 연결고리가 된 모든 이들과 더불어 살아감은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어린아이의 선한 눈망울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어린아이의 한 마디 말을 어른들은 귀 기울여야 한다. 부모 세대의 교육과 지금의 교육을 비교해 보며 아이들은 어른의 소유물이 아니기에 존중해 주며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

아이에게 그 한사람이 되기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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