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예고 마치고 이후 행정절차 포기
공청회 통해 의견수렴 후 제정해야

사회적으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인권 보장과 증진에 대한 요구도 증가함에 따라 해남군도 '해남군 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했지만 일부 교회의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부딪쳐 조례 제정을 보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례안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입법예고 기간 중 수천건의 반대의견이 접수되자 자칫 주민들의 갈등만 심화될 수 있다는 주무부서의 내부 판단에 따라 사실상 조례안을 폐기한 것.

일각에서는 조례 제정을 위해서는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해남군조례규칙심의회 심의 후 최종적으로 해남군의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주무부서 판단만으로 이 같은 행정절차를 중단한 것은 주민들의 인권 보장이라는 중대성을 볼때 적절하자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군의 조례 제정을 위한 입법예고 기간 중 수천건에 달하는 반대 의견이 제기된 것도, 군이 반대의견이 많다는 이유로 조례규칙심의회에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은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해남군은 '해남군 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지난달 16일부터 5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에는 군민에 대한 인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 당사자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군수의 책무와 5년마다 인권 보장 및 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할 것, 소속 공무원에게 연 1회 이상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군수의 지도·감독을 받는 법인이나 단체 등에 인권교육 시행을 권장할 것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자치단체에 제정을 권고해 전국 자치단체 중 44.5%, 전남 22개 시군 중 8곳이 조례 제정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조례안 입법예고기간 중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중심이 돼 조직적으로 군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이들은 이 조례안이 향후 동성애와 동성혼을 합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2800여명의 서명을 받아 반대의견을 군에 제출했다. 자치법규정보시스템인 온라인으로도 4336건의 반대의견이 제출됐다. 반대의견을 낸 사람들은 인권 조례가 동성애 옹호가 될 수 있다며 절대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군은 동성애 등의 연관성에 대해 조례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전혀 없는, 순수하게 군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군민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어 이번에는 조례제정 추진을 중단하고 이후 사회적 합의를 강화해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의견이 타당하지 않다면 이를 설득시키거나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질 필요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해남군 자치법규 입법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군수는 입법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공청회를 개최해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행정절차상 입법예고기간 중 접수된 의견과 함께 조례안을 심의하도록 조례규칙심의회가 있으며 심의회 이후에는 군의회 심의를 거쳐야 조례로 제정되는 만큼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많다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반대의견에 대해 서로 토론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에 부치는 적극적 행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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