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조직 대전마을활동가포럼
정보 교류의 장이자 울타리

▲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은 행복한 지역 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주민들이 모인 비영리단체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은 행복한 지역 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주민들이 모인 비영리단체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싣는 순서 |

① 공동체 활동 참여, 해남 활기 불러올까
② 관광두레로 이끄는 주민주도 사업
③ 네트워크 구축한 마을활동가포럼
④ 마을기업 운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⑤ 주민 활동 종합지원센터가 돕는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상임대표 장정미, 공동대표 신정은)은 대전에서 공동체 활동을 해오던 마을활동가들이 지난 2015년 자발적으로 구성한 비영리단체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이 구성되기 이전부터 대전의 5개 구(동구·서구·남구·북구·유성구)에서는 작은도서관 등 주민들의 마을공동체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전시는 지난 2013년 10월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이하 사자센터)를 구축했고 이듬해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주민들이 활동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조차도 어색했던 시기였고 사자센터도 운영 초기여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활동가들이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지혜를 공유하기 위한 모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행정과 주민 사이의 중간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활동가들은 100% 주민들로 구성된 순수한 민간조직을 구축해 정보를 교류하고 다양한 생각을 나누며 단합된 힘을 내자고 뜻을 모았다. 마을 활동가들의 지속적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다른 마을과 정보를 교류하는 장, 마을활동가들을 대변하고 울타리가 되어주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포럼이 구성되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부터 목표, 역량개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지난 2015년 3월 26일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을 결성했으며 대전시·사자센터·포럼이 3자 독립된 역할을 통해 균형발전적인 도시재생을 이루고자 했다.

현재 포럼은 비영리단체로 등록되어 있으며 120여명의 회원들이 가입돼 있고 한 달 회비로는 3000원이 책정돼 있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은 매월 1회 정기 회의를 갖는다. 운영위원으로는 5개 구별 대표와 대전마을작은도서관협의회, 대전환경운동연합, 청년공동체,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사회적자본지원센터 등 대전 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참여하며 모두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마을활동이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고민해야 행복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다양한 시민단체들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은 결성 후 조직을 체계화시키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지난 2015년 12월 세미나를 바탕으로 2016년부터 각 구별 마을활동가들의 모임인 마을넷을 결성했다. 5개 구의 마을활동가들이 서로 만나 활동 과정이나 정보를 교류하고 공동체 활동에서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공유하고 위로하면서 연대의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대전 마을활동가들이 모이는 큰 틀에서의 모임도 필요하지만, 각 구별로 세세하게 마을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에 별도로 마을넷을 구성해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한다. 마을넷은 지난 2016년 4월 서구 마을넷을 시작으로 2017년 4월 유성구 마을넷까지 각 구별마다 모임이 구축됐으며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거나 잠재적으로 관심밌는 주민들이 가입했다.

마을넷 회의에서 이야기된 내용은 다시 포럼운영회의에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다. 진행 과정과 어려운 점을 공유하며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포럼에서 한 색깔을 지정하고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라는 형태로 진행되진 않는다. 포럼은 어디까지나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돕는 역할이며, 마을넷에서 제안 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이에 응답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공동체 사회적 환경 조성 목표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은 조직체계를 안정화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워크숍을 갖고 있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방향과 비전을 함께 세우는 자리다.

지난 2017년 12월 열린 마을활동가 비전워크숍에서는 '성장, 연대, 마을로부터의 정치, 마을로부터의 삶, 함께 마을생태계 만들기' 의견과 구별 운영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2018년에는 마을공동체활동가들의 네트워크 구성과 역량강화를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를 즐기고 공동체와 개인간의 네트워크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리인 마을활동가포럼 회원의 날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마을활동을 하며 발생하는 고충에 매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정미 상임대표는 "마을활동가들은 공동체가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마을활동을 시작했다. 돈을 바라고 하는 활동이 아니다 보니 사람과 갈등이 생기거나 심리적으로 지치게 되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하지만 마을공동체는 굉장히 포괄적인 활동이고 마을마다 특색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답이 없으며, 누군가 정답을 제시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렇기에 활동가들끼리 모여 의견을 나누고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마을공동체와 관련된 공동사업이나 연대사업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마을단위에서부터 지역에 필요한 공동체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자 지난 2016년에는 대덕구의회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이듬해에는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와 연대해 체계적인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모니터링 사업은 행복한 공동체와 지역을 만들어가는 정책을 제안하고 실제 실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행정과 연계된 지역적 사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획됐다. 특히 행정에서는 조례를 근거로 사업을 펼치기 때문에, 민간조직에서 정책 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행정과 의회 감시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정 정치인에게 치중되지 않도록 객관성을 갖고자 사전 준비도 철저히 진행했다.

지난 2018년에는 마을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주민자치활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현방안을 고민할 수 있도록 '마을을 여는 마을자치학교'를 개설하기도 했고, 대전지역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리빙랩 사업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리빙랩공동체육성사업도 펼쳤다.

또한 마을활동가들 중 상당수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교육적 측면에서 공동체 활동에 뛰어든 경우가 많다 보니 경력단절된 여성의 비중이 높았는데, 이들의 역량을 개발해 마을활동의 수준을 높이고자 지속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가치 고민 나눠야

장 상임대표는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을 통해 마을활동가에 관심을 갖는 주민들이 늘었고, 마을마다 회의가 이뤄질 때면 활동가들이 중간에서 퍼실리테이터로 촉진자 역할을 하거나 지자체에서 정책을 시행할 때 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토록 하는 등 지역 내에도 변화가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지역 공동체 운영을 위한 활동을 펼치면서 주민들의 역량도 많이 강화된 상황이지만 운영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항상 존재한다고 한다. 사람마다 각자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차이가 있다 보니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공동체 활동을 함께 진행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일부만이 진행하게 돼 함께 누리는 만족도가 부족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은 행복한 공동체의 중심에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가치를 잊지 않으려 한다. 공동체 활동은 끝이 정해져 있고 특정한 성과를 내야 하는 한시적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함께 행복한 지역을 꾸리는 일이 어렵고 버겁더라도 근본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한 자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오늘도 마을활동가들은 주민 스스로 행동하는 대전을 만들기 위해 지역 곳곳을 누빈다.

 

| 인터뷰 | 장정미(대전마을활동가포럼 상임대표)

 
 

"주민이 행복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 지속적인 공동체 활동을 위해서는 어떤 기준과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초기에는 마을활동을 하면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4~5년 가량 해보니 천천히 가도 되는 일이라고 느낀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은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순수한 민간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을 기준으로 한, 행정에 의한 성과가 100% 나오지 않아도 된다. '잘 됐다', '성공했다' 의 기준이 행정과 포럼은 다르다. 성과가 100% 나오지 않았더라도 마을활동을 하는 과정 속에 함께 한 사람들이 얼마만큼 행복감을 느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가 더 중요하다. 물론 행정적인 성과도 지역사회의 발전이고 중요한 부분이지만, 마을활동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성공의 잣대도 행정이 원하는 결과일 필요는 없다.

포럼에서 활동할수록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가치에 충실하려는 마음이 커진다. 공동체 사람들이 얼마나 만족하고, 참여하려고 했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강요해서 참여하는 것보다 스스로 선택해서 참여해야 시민의식이 향상될 수 있다고 본다. 시민의식은 특별한 일이나 참여 한 번으로 깨우치는 게 아니라 다양하게 경험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도 갖고, 때로는 상처도 받으면서 하나씩 느껴야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 사회적인 관습이나 제도에 물들어 그것만이 옳은 일인 것처럼 보편화된 잣대를 세우지 않고, 작은 일에 가치를 부여하며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생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이 필요하다. 지식적 습득뿐만이 아니라 마을활동을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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