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평 오산마을, 20일 공연
예술가들 찾는 레지던시로

▲ 가수 하림이 비어있던 북평면 오산마을 할머니집을 예술이 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할머니집을 찾은 가수 하림<오른쪽>과 아버지 최영일 씨의 모습.
▲ 가수 하림이 비어있던 북평면 오산마을 할머니집을 예술이 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할머니집을 찾은 가수 하림<오른쪽>과 아버지 최영일 씨의 모습.

가수 하림이 북평면 오산마을 할머니집에서 오는 20일 공연을 펼친다. 하림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비어있던 이 집은 공연을 기점으로 예술가들이 찾는 레지던시로 꾸며질 예정인데, 해남지역 내 늘어만 가는 빈집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림은 북평면 오산마을에서 7남매의 둘째로 태어난 최영일(69) 씨의 아들이며 본명은 최현우다. 직업군인으로 근무했던 영일 씨는 광주, 부산 등 여러 지역을 이동하면서도 하림을 데리고 고향을 자주 찾았다. 하림은 어릴 적 구불구불한 돌담 사이에서 길을 잃어 마을 어르신이 집에 데려다줬던 일, 아궁이의 재를 마당에 뿌리며 불꽃놀이를 했던 기억 등 할머니집에서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친가는 빈 집이 됐다. 폐허에 가까워진 집을 팔자는 이야기까지 나와 하림이 아이디어를 냈다. 빈 집 상태 그대로 공연을 열어 사람이 떠난 집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후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작업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림은 '할머니의 바다'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집과 할머니, 바다를 큰 스토리로 삼고 예술 코드를 더해 공연을 열 계획이다. 프로젝트에는 행촌문화재단(대표 이승미)이 함께 한다. 공연은 오는 20일 북평면 오산마을과 21일 대흥사에서 2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하림은 "이번 공연은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다. 고향, 마을, 공동체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끔 계속해서 공연을 바꾸어갈 것이다."며 "서울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너무나 빨리 변해가는 지금 시대는 옛것을 거추장스럽거나 촌스럽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세대에게 지역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들려주고 빈집을 바라보는 지역 내 시선을 환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하림은 지난 2012년 서울 금천구 내 버려진 공터를 빌려 젊은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주는 도하 프로젝트를 추진했었다. 육군 도하부대가 주둔했다가 폐허가 된 공간은 1년간 진행된 도하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가와 주민이 소통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북평 오산마을의 할머니집 또한 빈집이라는 겉모습을 벗고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겠다는 시도다.

아버지 영일 씨는 프로젝트 초기에하림의 아이디어를 반대했었다고 한다. 집을 매개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이다 보니 바닷일과 농사일로 언제나 고생했었던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지금은 온기를 잃은 빈 집에 또다른 활기를 불어넣는 이번 프로젝트에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조력자다.

영일 씨는 "처음에는 가족들이 주기적으로 오갈 수 있는 장소로 만들려고 했다. 그마저도 부모님이 갖은 고생을 했었던 기억이 되살아나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들의 아이디어가 지역에 좋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3대가 이어지는 것 같아 뭉클하고 눈물도 났다. 이런 시도가 다른 마을에도 전파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