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해남 청년 다문화2세 어디쯤에 있나
2. "우리도 꿈많은 대한민국 청년입니다"
이창섭 기자  |  nonno@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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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25  18: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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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싣는 순서 |

1. 해남 다문화 2세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2. 나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3. 청년 다문화 2세, 빈곤·편견의 대물림
4. 다문화 2세들의 멘토·멘티가 답이다
5. 다문화 진로·취업 제도 어떻게 해야 하나
6. 청년 다문화 2세, 고민과 공론화가 필요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 다문화 2세들은 여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진학과 진로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특히 진학과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부모들과의 상의가 필요하지만 입시체계가 워낙 복잡해 상당수는 본인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문화가정의 경우 대부분이 다자녀이다보니 청년 다문화 2세들은 사회진출과 동시에 이른바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부는 가정형편 때문에 진학보다는 취업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들이 그렇듯이 청년 다문화 2세들도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도 본인의 꿈을 키우고 있다.

본인의 더 큰 꿈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청년 다문화 2세들을 소개한다.

 

   
▲ 김용구 씨가 반도체 설비 장치를 살피고 있다.

 

"23살이지만 사원 중에 제일 선배예요"

- 반도체 전기설비회사 근무 김용구 씨

북평중을 다니다 완도수산고로 진학한뒤 바로 취업의 길로 나섰다는 김용구(23, 어머니 필리핀) 씨. 전산회계 전공이라 건강보험공단 인턴과 회계사무소, 개인병원 원무과 등에서 일을 하다 우연히 친구 소개로 4년 전부터 경기도 화성에 있는 원시스템이라는 회사와 인연을 맺고 있다. 삼성반도체와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등에 전기 설비를 설치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전공과는 다른 분야여서 어려움도 컸고 처음부터 누가 잘하겠느냐는 마음가짐으로 '네네',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라는 단어를 달고 살며 선배들에게 열심히 일을 배웠다.

김용구 씨는 "일을 열심히 배워 어느정도 능숙해지다 보니 4년이 지난 지금은 관리직을 제외한 사원 10여명 중에 제가 제일 경력이 많은 선배 자리에 올라와 있어요. 신입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저보다 나이가 많고 31살 형도 있지만 동료로서 함께 일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동료들과 대화 중 어머니가 필리핀 출신이라고 자연스럽게 얘기를 했고 동료들은 이후 보라카이는 어떤지, 세부는 어떤지 자신도 아직 가보지 않은 휴양지에 대해 묻기도 하고 필리핀 화폐 단위를 물어보기도 한다. 또 네덜란드 기업에서 설비를 도입해 이를 설치해주기 때문에 새로운 설비에 쓰여있는 작동법이나 조립법 등 영어에 대해 동료들은 김 씨의 도움을 청한다. 능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회사에서는 그가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것이 장점이 되고 있다.

김 씨는 3남 1녀 중 장남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군대를 면제받았다. 그러나 그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21살인 첫째 동생은 간호학원에 다녔었는데 대학교를 가겠다고 꿈을 키우고 있고 둘째 동생은 직업전문대를 다니고 있다. 막내 동생은 초등학생이다. 둘째 학비는 용구 씨가 마련해주고 있고 첫째 동생이 대학교에 들어가면 그 학비도 용구 씨가 마련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문화가정에 다자녀가 많고 가정환경이 넉넉지 않다는 점에서 청년 다문화 2세 상당수는 이렇게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사진찍기가 취미이다. 우연한 기회에 직장 동료들과 카메라로 야외에서 사진을 찍게 됐는데 그 때부터 취미가 됐고 지금은 여행과 사진 찍기가 그의 멋진 인생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일에 만족하고 취미활동도 열심히 즐기고 있는데 막내 동생 대학교 뒷바라지까지 마치면 자신은 시골로 돌아가 농사를 짓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김 씨는 "어떤 일을 할 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자기만 잘하면 될 뿐이고 다문화 청년들도 본인 스스로 자존감을 낮추고 피해의식에 살기 보다는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자세로 꿈을 키워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청산면사무소에서 지난해부터 근무 중인 손승환 씨.

 

"민원인들이 저만 보면 귀엽다고 해요"

- 청산면사무소 공무원 손승환 씨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배로 50분을 타고 들어가야 하는 청산도. 청산면사무소 농수산담당이라는 명패에 손승환(21, 어머니 일본)이라는 이름이 들어온다. 손승환 씨는 화산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고 완도수산고로 진학한뒤 지방공무원시험에 합격해 지난해 1월부터 완도군청 청산면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수산식품가공과에 진학해 취업을 준비하고 고려하고 있었는데 교사들의 권유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원래 공무원시험은 영어가 필수인데 당시 시험은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채로 영어과목이 없었고 운 좋게 수산분야 공무원으로 합격을 하게 됐다며 너스레를 떤다.

손 씨는 "현재 어선 매매, 가두리 양식이나 어선에 대한 장비 지원, 해양쓰레기 수거 인건비 지급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데 배움의 자세로 열심히 업무를 익혀 나가고 있다"며 "보통 1년 근무하고 육지로 나가게 되는데 저는 올해 군대를 가야 해서 2년째 섬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손 씨는 웃는 얼굴인데다 나이도 어리다보니 민원들이나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선배인 정재명(39) 씨는 "대학교 다닐 나이에 섬에 들어와서 면사무소 일을 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닌데 그래도 착하고 착실하게 일을 해서 좋다. 특히 그 나이에 일에 대해 고집이 있기 어려운데 시키는 일만 하지 않고 소신대로 하고 있어 장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씨는 "다문화가정 출신이라고 해서 지레 움츠러들지 말고 먼저 웃고 긍정적으로 친구도 적극적으로 사귀어야 한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적극성이 있다면 다문화 청년들도 자신들의 꿈을 키워나가는데 크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 아주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은주(가운데) 양이 강의실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꿈많은 여대생 22살 이은주 씨

지난 7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아주대학교. 활기넘치는 대학교 교정에서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띈다.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3학년에 다니고 있는 이은주(22, 어머니 일본) 씨.

해남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시절 2017학년도 대입시험에 합격한 뒤 본지와 자신의 꿈에 대해 인터뷰를 했던 이 씨는 어느덧 대학교 3학년생이 됐다.

얼굴은 그대로인데 꿈이 하나 늘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어려운 사람들 특히 자신처럼 다문화가정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 외교관이 꿈이었는데 지금은 로스쿨에 들어가 법조인이 되는 꿈도 꾸며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 씨는 "어머니가 해남에서 사회생활을 많이 하셔서 그 영향을 받았고 특히 다문화와 국제관계에 관심이 많아 외교관과 법조인을 꿈꾸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학교와 학과를 선택할 때 우리나라의 입시 전형이 복잡하고 전문 용어도 많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보니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어머니도 결국은 '너 하고 싶은데로 해라'면서 이 씨에게 진학 결정권을 맡겼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진학과 진로의 결정은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에서 이같은 이유로 자녀들에게 맡겨진다.

은주 씨의 대학 친구들은 은주 씨가 다문화가정인 줄 처음에는 몰랐다고 한다.

위시은 양은 "우연히 친구들끼리 가족 얘기를 하다가 은주가 '우리 어머니 일본 분이셔'라고 말해 그 때 알게 됐어요. 놀라움이나 편견보다는 은주가 어느정도 회화가 가능할 정도로 일본어를 잘하기에 그 점이 정말 부러웠고 특히 공부도 잘하는데다 책임감도 강한 성격이어서 부러움의 대상이다"고 말했다.

은주 씨는 2남 3녀 중에 장녀이다. 첫째 동생은 직업교육대학에 다니다 휴학하고 다음달 군입대를 앞두고 있으며 둘째와 셋째 동생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막내동생은 초등학교 4학년이다. 그녀는 "군 입대 앞둔 동생은 건강하게 아프지 말고 씩씩하게 군생활 했으면 좋겠고 고3 동생은 포기하지 말고 교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며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꿈이 크기에 강의실과 기숙사를 오가며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은주 씨는 "청년 다문화 2세들이 다문화가정이라고 해서 위축되거나 자존감을 잃지 말고 오히려 자신만의 이점을 잘 살려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함께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자"고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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