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나이 만44세 이하 기준
전남도는 부부 모두 만 49세

해남군이 신혼부부들의 주거마련을 위해 대출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지원 대상이 '아내 나이가 만 44세 이하인 신혼부부 가구'인 것으로 나타나 시대착오적인 기준으로 정책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남군은 군 자체 예산을 세워 신혼부부 보금자리 대출 이자를 지원하고 있다. 전남도에서도 신혼부부·다자녀가정 보금자리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전남도 정책은 2019년도에 주택을 구입했을 시 구입 대출금액에 따라 월 최고 15만원을 최대 3년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군 지원사업은 구입뿐만 아니라 전세까지도 대상에 포함하고 있고 구입 기간 제한이 없어 전남도보다 훨씬 넓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지원 대상에 '여성 배우자가 만 44세 이하인 신혼부부 가구'라는 기준이 적용되면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남도 지원사업은 신혼부부에 대한 정의를 혼인신고 후 5년 이내로 잡고 있고, 부부 모두 만 49세 이하인 경우에만 신청 가능토록 했다.

반면 해남군은 지난해 2월 9일부터 올해 12월 31일까지의 기간 중 혼인신고한 부부 중에서 아내 나이가 만44세 이하일 경우에만 지원 대상자로 삼고 있다. 전년도에는 초혼을 기준으로 했으나 최근 재혼한 신혼부부도 늘어나는 시대상황을 반영코자 재혼까지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출산 가능성이 높은 부부를 지원하기 위해 아내 나이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40대 후반의 부부도 있고 출산율에서 가임기 여성에 대한 정의도 15세부터 49세까지로 삼고 있는 데다,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딩크족'도 늘고 있다 보니 이 같은 기준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아야만 한다는 인식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의 임신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지난 2016년 문제가 됐던 행정자치부의 출산지도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시선도 존재하고 있다. 해당 정책은 가임기 여성 수를 지도에 표시한 것으로, 출산을 위해 여성을 도구화하는 시점에서 비롯된 정책이라며 전국적으로 큰 비판을 받았었다.

특히 지난해 강원도 지역에서 같은 정책에 아내 나이 만44세 이하 기준을 해남보다 앞서 적용했다가 '임신·출산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한다', '여성은 아이 낳는 기계가 아니다' 등의 많은 질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군이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어서 정책을 만드는 데에 충분한 사전 고려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20대 여성 A 씨는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국민을 출산 가능 여부로 판단하는건지 싶다. 환경이 안정되어야 아이도 기른다지만 너무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신혼부부 지원 정책에서 임신을 염두에 두고 여성의 나이만 기준으로 삼는 것은 요즘 시대와 한참 뒤떨어지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연령 선별이 필요하면 남자 역시 제한을 두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전남도 정책과 해남군 정책이 비슷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음에도 나이 기준이 통일되지 않아 자칫 정보의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해남군 관계자는 저출산 시대에 출산을 장려하고자 기준을 마련하던 중 난임시술지원 정책 기준이 만44세 이하 여성이기에 적용한 것 뿐이지 여성들에게만 부담을 지우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좋은 취지로 수립한 정책임을 고려해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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