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대흥약국 신필균 약사
경로잔치 성금 1000만원

▲ 북일면 내 유일한 약국인 대흥약국을 운영하는 신필균 약사가 지난 3일 아내 최영림 씨와 함께 약국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 북일면 내 유일한 약국인 대흥약국을 운영하는 신필균 약사가 지난 3일 아내 최영림 씨와 함께 약국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북일면 흥촌리에서 54년째 대흥약국을 운영해온 신필균(80) 약사가 어버이날을 맞아 면내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 성금 1000만원을 북일면이장단에 기탁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북일면 만수리 출신인 신 약사는 지난 1960년 조선대학교 약학대학에 진학하며 약사의 길을 걸었다. 졸업 이후 군대에 다녀온 2년, 화산면에서 약국을 운영했던 1년을 제외하고 50년 이상을 현재의 자리를 지키며 약국을 운영해왔다.

대흥약국은 북일면에 남은 유일한 약국이다. 면민들이 수없이 많아 북적였던 모습들부터 점차 고령화되어 가는 모습들까지 묵묵히 한 곳에서 바라보며 약국을 운영해오다 보니 대흥약국은 면민들에게 사랑방같은 공간이 됐다. '숟가락 개수까지 안다'는 말처럼 지역민들의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 약국에 방문한 손님들과 금세 이야기꽃을 피운다.

신 약사는 올해 100세를 맞이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처럼 세상을 멋지게 살아야 한다며 나이가 들어도 배울 것이 많아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내 최영림(77) 씨와 매주 드라이브를 다니는 등 51년간을 함께 해온 아내와의 금슬도 돈독해 주변에 귀감이 되고 있다.

신 약사는 올해 어버이날을 맞아 면내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1000만원을 북일면이장단에 기탁했다. 성금을 전하기 위해 매일 조금씩 저금해 1000만원이 모이자 기탁했다는 것이다.

북일면이장단은 기탁받은 성금을 면내 20개 마을에 각각 50만원씩 배정하고 경로잔치에 필요한 음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신 약사는 지난 2017년에도 성금 1000만원을 기탁한 바 있는데, 주변에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알려지는 것을 극구 사양해 때문에 조용히 전달됐다고 한다.

신 약사는 "살아 보니 인간관계가 돈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느껴 내 고향에서 지역민들과 같이 더불어 살고자 좋은 일 해보자는 뜻에서 성금을 모았다. 나보다 더 어르신인 분들이 어버이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에 성금을 전달했을 뿐인데 이야기가 알려져 달갑지는 않다"며 "나이가 들수록 이 좋은 세상에서 '살만치 살았응께'라는 말을 하기 보다는 '내년엔 올해보다 더 낫겠지'라는 작은 희망을 갖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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