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기(자유기고가)

 
 

대흥사에는 사천왕상이 없다. 해남군 사대 명산에 한 분씩 모시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명산 중 하나가 계곡면 흑석산이다. 산의 깊은 품에서 흘러나온 맑은 물이 비옥한 농토 적셔주니, 1968년 가뭄 때에도 계곡면은 다른 고장보다 피해가 작았던 것이다. 산 좋고, 물 맑고, 들녘 기름진 계곡, 계곡면은 효행의 고장이다.

성진리의 효자 방씨와 만년리의 효자 정씨의 효행은 주민들의 칭송을 넘어 호랑이까지 감동하게 했다니, 나라에서 효자비를 세운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는 두 문중의 긍지일 뿐만 아니라 계곡면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마을 입구의 효자비는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잡는 교훈의 표석으로 효행의 전설을 이어주는 주춧돌이다. 계곡면, 그 효행의 전설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성진리의 박용철 사남매는 광주에서 각각 가정을 이루고 산다. 사남매는 형제애가 두텁다. 무엇보다 그들은 효자효녀다. 단란한 가정의 유일한 아픔은 어머니의 병환이다.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한 쪽 다리를 쓰지 못하신다.

세월이 흐르니 두 다리는 점점 퇴화돼 도움 없이는 일어날 수도 없게 되었다. 자식들이 대학병원에 입원시켰다. 자식들이 간병한다. 손녀도 기저귀 갈아주고, 사위도 보듬어 안아 옮겨 준다. 며느리는 음식 해 나른다. 어머니는 아프지만, 병실의 정경은 아름다웠다.

어머니의 병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암 진단까지 나왔다. 폐암 말기다. 조선대병원에서 3개월 간 입원하여 치료 했으나 큰 희망이 보이지 않아 병원에서도 퇴원을 권유한다. 어머니를 다시 해남 집으로 모시고 갈 수는 없다. 자식들의 집으로 모실 수도 없다. 사남매 모두 부부가 낮에는 일터에 나가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가시기 싫어하는 요양원으로 모실 수는 더더욱 없다. 장남이 결단을 내렸다. 장남 사업소 2층을 리모델링하여 어머니를 모시기로 결정한다. 2017년 2월 리모델링한 장남의 사무실 거처로 어머니를 모신다. 낮에는 자식들이 수시로 들랑날랑하며 어머니를 보살피고, 밤에는 당번제로 자식들이 번갈아 가며 어머니와 잔다.

당번 자식은 똥오줌 가려 치우고, 기저귀 갈아주고, 목욕 시키고, 양치질 해주고, 도란도란 이야기 해주며 어머니를 편하게 한다. 갓난아이 기르는 어머니처럼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핀다.

휴일에는 고향집에 모시고 다녀오는 등 병수발은 한결같다. 힘들다고 불편해 하는 자식 하나 없다. 모두 효자효녀다. 어머니는 가물거리는 정신을 다잡기 위해 애를 쓰신다. 행복해 하신다.

항암 치료로 빠진 머리가 다시 난다. 병원에서도 놀란다.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3개월 정도의 시한부로 진단을 하였는데, 1년이 넘고 4개월이 더 지났다. 자식들의 정성어린 효도 덕일 것이다.

'공동책임 무책임'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안 해도 다른 누가 하겠지' 모두 이런 생각으로 할 일 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 것도 안 되는 경우를 두고 이른 말이다.

가정에서도 이런 일 많다. 부모 모시는 일 서로 미루다 보면 형제간은 불화하고 부모님은 더욱 힘들게 되는 경우 주변에 흔하다. 그들도 입으로는 효자다. 노인들의 삶이 외로운 이유다. 박철용 사남매는 어머니 병수발을 내 일처럼 한다.

마치 서로 잘 하려고 시샘 내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말만 앞서는 효자 많은 세상에서 사남매는 진정한 효를 실천하는 참 효자다. 장남이 광주광역시장상을 받은 것도 효행을 널리 알려 귀감으로 삼자는 행정당국의 깊은 의도이다.

어머니는 자식들의 정성어린 보살핌 속에서 2018년 8월 30일 마지막 이승의 끈을 놓으셨다.

운명하신 어머니의 얼굴 만지며 눈물 쏟는 장남의 마지막 하직인사. "엄마, 다음 생에서도 엄마 자식으로 태어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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