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가맹점 모집, 할인이벤트도
지난해 910억원 중 95% 주민 구입

▲ 군산시 수송동에 거주하는 박석호·배진아 씨 부부가 저녁을 먹고 군산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하고 있다.
▲ 군산시 수송동에 거주하는 박석호·배진아 씨 부부가 저녁을 먹고 군산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하고 있다.
▲ 상인들이 상품권 이용 현수막 등을 자체 제작해 홍보하며 상품권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 상인들이 상품권 이용 현수막 등을 자체 제작해 홍보하며 상품권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싣는 순서|

① 고향사랑상품권 도입과 지역의 대응 방안
② 도입 1년 만에 3000억 규모 군산사랑상품권
③ 광양·보성사랑상품권 도입 10년… 실효는
④ 지역의 돈 유출 막는다, 태안사랑상품권
⑤ 무상복지수당 상품권으로… 모바일도 도입
⑥ 주민 호응 없으면 실패, 중단된 강화사랑상품권
⑦ 해남사랑상품권 안정적 정착을 위한 제언

 
 

전라북도 군산시는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2018년 한국 지엠 군산공장 폐쇄결정 발표 등 지역내 주요산업인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의 동반 침체로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받았다. 지엠 군산공장에 다니던 A(40) 씨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군산 인근 지역에 새직장을 구해야 됐으며, 나운동에서 숙박업를 하는 B 씨는 매상이 30~40% 감소했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이 속출했고 주머니가 얇아진 주민들의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보니 임대료도 낼 수 없을 정도의 경영난에 시달리며 문을 닫는 상가들도 계속해 늘어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군산시가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방지하고 소상공인 경영안정에 도움을 줘 지역경기 회복에 나서고자 꺼내든 카드 중에 하나가 '군산사랑상품권'이였다. 정부는 지난해 지역산업에 큰 위기를 맞은 군산시를 고용·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하고 소상공인 지원 대책으로 상품권 발행비용 등을 지원했다.

군산시는 지난해 9월 군산사랑상품권 유통을 시작해 4개월 만에 총 910억원의 상품권 판매를 완료했다. 올해는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며 지난 3월까지 1000억원이 판매 완료됐다.상품권 규모가 빠르게 확대된 사례는 전국적으로 군산시가 처음이라고 한다.

군산사랑상품권 업무를 맡고 있는 군산시 지역경제과 김윤희 주무관은 "군산사랑상품권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이 어디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맹점 모집에 주력하고 주민과 상인들이 쉽게 구매·판매할 수 있도록 판매대행기관도 늘렸기 때문이다"며 "군산사랑상품권으로 출산장려금 등도 지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총 판매액의 95% 이상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판매대행기관에서 구매한 것이다"고 말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도 성공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가맹점 확보에 상인들도 자발적으로 참여, 페이스북을 통해 가맹점 가입을 권유하는 시민 릴레이 운동도 펼쳤다. 군산시내 통신업체 대리점에서는 상품권을 이용해 이동전화를 구입할 경우 구매고객에게 사은품을 제공하고 일부 미용실에서는 상품권 이용 시 할인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상품권 이용 현수막이나 배너 등을 자체 제작해 홍보하며 상품권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시는 군산사랑상품권 프로그램 구축 시 스마트폰 앱도 개발, 앱을 통해 내 주변 가맹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군산시는 상품권 발행으로 소상공인 가맹점이 영업을 유지하면서 이곳에 종사하는 종사자들이 직장을 잃지 않게 되는 효과도 크다고 한다. 특히 인터넷 구매나 대형 쇼핑몰로 쏠렸던 지역의 자금 지출이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으로 유입되고 있다.

군산공설시장에서 추억의 과자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영숙(59) 씨는 "상품권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데 10% 할인까지 받다보니 사용을 많이 하고 있다"며 "상품권은 대형마트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보니 시장으로 오는 손님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환영상회를 운영하는 상인도 "상품권이 발행되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이 예전보다 1/3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군산시 경장동에 위치한 편의점 관계자는 "손님 중 10% 정도가 상품권을 사용하고 있다"며 "상품권이 활성화되면서 군산내에서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보니 가맹점이 아닌 곳에서도 받아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숙박업소 관계자는 "카드는 수수료를 내야하는데 상품권은 현금과 같다보니 가게 입장에서는 카드 보다 상품권을 사용하는 손님이 더 좋다"며 "군산에 주소를 두고 있지 않지만 군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지인이나 친인척을 통해 상품권을 구매해 사용할 정도다"고 말했다. 가맹점 점주는 상품권을 구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보니 가맹점 등록을 하지 않고 일반 소비자 상품권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군산시가 지난해 가맹점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품권 시행 이후 가맹점의 99.5%가 매출이 상승했다고 응답했다. 매출이 상승했다는 응답자 중 52%는 10% 이내 매출이 상승했다고 답했으며, 33%는 10~30% 상승, 10%는 30~50% 상승, 5%는 50% 이상 매출이 상승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2018년 군산사랑상품권 인식조사결과'에도 군산사랑상품권 유통이 지역의 소비를 촉진시키고 경기 부양 유발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에 따르면 응답자의 90% 이상이 군산사랑상품권을 알고 있으며, 73.2%가 군산사랑상품권이 시민의 가계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59.1%가 상품권을 사용한 적이 있고 상품권 사용 이후 지역상권 이용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82.9%가 상품권 할인판매에 찬성했으며 88%가 지속적으로 할인판매가 유지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군산사랑상품권이 빠른 시간내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10% 할인판매에도 있다. 군산시민이 구입할 수 있는 상품권 할인구매액수는 1인당 월 70만원으로, 부부가 각각 70만원어치 상품권을 구입하면 매월 14만원을 할인받게 된다. 상품권 액수의 70% 이상을 사용하면 잔액은 현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해남군의 경우 2%, 특별한 경우 5% 할인판매를 적용하고 있다.

지출, 인터넷·쇼핑몰서 골목상권으로
10%할인 구매유도, 모바일도입 계획

이렇다보니 전체 판매액의 95% 가량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구매인 것. 또한 지난해에는 주소지 내 상품권 가맹점 1곳을 포함한 군산시내 가맹점 2곳(음식점 포함) 이상에서 15만원 이상 사용한 영수증을 첨부해 인센티브 지급 신청을 하면 격월로 1만5000원의 상품권으로 환급해 줬지만 올해는 지급기준은 동일하나 지급금액이 대폭 확대돼 5만원 이상 사용 시 5000원, 10만원 이상 1만원, 20만원 이상 2만원 상당의 군산사랑상품권을 돌려주는 군산형 페이백 시스템도 시행되고 있다.

수송동에 사는 박석호·배진아 씨 부부는 "매월 20~30만원 가량 군산사랑상품권을 구입해 식당과 커피숍, 자녀 학원 등에 사용하고 있다"며 "상품권을 구입하려고 대행기관에 갔는데 상품권이 매진된 경우도 있고 페이백을 받기 위해 동사무소에 가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고 말했다. 하지만 10% 할인제도는 시에 재정적 부담을 안겨주고 상품권의 현금깡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류형 상품권 제작·발행과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비와 함께 지난해 판매된 910억원의 상품권 할인판매액 91억원이 재정부담이 되는 것.

주민들은 "현재 상품권이 종이로 제작되고 있는데 판매대행기관에서 환전하게 되면 이 상품권이 폐기되고 있다"며 "할인판매에 대한 시의 재정을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군산시 김윤희 주무관은 "군산시는 고용·산업위기지역으로 지난해에는 10% 할인판매에 대해 정부가 전부 지원해줬지만 올해는 4%만 국비로 지원받고 6%는 시에서 부담해야 한다"며 "재정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보다 경제 활성화 효과가 커 올해도 10% 할인판매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하반기부터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할 계획이다"며 "모바일 상품권이 도입되면 소비자는 안전하고 간편하게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고 가맹점은 수수료 부담 완화 및 은행 환전의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상품권은 스마트폰 앱으로 상품권을 구입한 후 가맹점에서 QR코드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당초 상품권 종류를 5000원권과 1만원권 2종류에서 5만원권을 추가로 발행했으며 페이백 제도도 상품권 사용 활성화를 위한 본연의 사업 목적대로 현금영수증만 인정하는 등 상품권 운영에 대한 지역경제 영향 분석과 주민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보완해 나가고 있는 만큼 해남사랑상품권도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실제 사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계속해 점검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군산공설시장으로 장을 보러 온 주부 김수경(56) 씨는 "군산사랑상품권에 대해 많이 들었고 할인혜택도 있다고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사용해 본 적은 없다"고 말하는 등 제도는 알고 있지만 사용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만큼 주민들이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시 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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