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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cm의 턱 장애인들에게는 장벽, 문턱없는 해남 만들기배려없이 무심코 설치된 턱과 계단
결국 장애인 출입 사절과 같은 의미
이창섭 기자  |  nonno@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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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23  17: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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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사로가 설치된 청솔복집 식당의 모습. 식당 주인이 임 씨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 식당에는 입식 테이블도 갖추고 있다.
   
▲ 미니스톱 우슬점에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 장애인들에게 장벽이 되고 있는 턱과 계단.
   
▲ 문으로 가려진 경사로의 모습. 장애인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 대부분 편의점·약국에 턱과 계단이 존재한다.

<편집자 주>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속에 턱과 계단을 없애는 상가들도 많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식당과 편의점 등에서는 출입구에 턱과 계단이 설치돼 있고 10cm에 불과한 턱이지만 이는 장애인들이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되고 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이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턱없는 해남 만들기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해남은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는가?', '해남은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이 어느 정도인가?'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바닥 면적이 300㎡(약 90평) 미만인 음식점·편의점·제과점·약국 등 생활시설에 대해서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일률적으로 면제하고 있다.

공공건물이나 대형 매장의 경우 법에 규정돼 엘리베이터나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어느정도 갖추고 있지만 90평 이하 민간시설은 법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돼 장애인 편의시설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100평 가까운 가게가 몇군데나 되느냐며 장애인단체와 장애인들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편의점과 카페, 식당 등의 장애인 접근과 이용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장애인들에 대한 동정이 담긴 혜택이 아닌 차별없는 사회환경과 기본적인 인권과 행복권을 보장해달라며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지난 15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임종선(63) 씨와 동행하며 해남지역 상가들을 돌며 출입문 턱과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장애인들이 외치고 있는 인권과 행복권은 해남에서 어느 정도인가?

식당 몇군데를 둘러봤다. 10cm가 넘는 턱은 그나마 양호하고 높디 높은 계단들이 서너개가 자리하며 장애인들이 출입하기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테라스로 멋진 디자인을 뽐내기도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한 카페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지만 가게와 맞닿은 창고 문을 열어두며 이 문이 경사로를 막고 있었다.

약국과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약국과 편의점에도 턱과 계단이 존재했다. 장애인들은 약을 사고 싶어도 편의점을 이용하고 싶어도 혼자서는 이 곳을 넘을 수 없다.

임종선 씨는 "낮은 턱 하나만 있어도 장애인들은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이 턱을 넘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하면서 망설이게 된다. 그런데 아예 더 높은 턱이나 계단이 있다면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한 가게주인은 "장애인들이 가게 안으로 오고 싶어도 턱과 계단 때문에 들어올 수 없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가게주인들도 건물주가 아니라서, 다음에 설치하겠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필요성은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지만 실천의지는 아쉬운 대목이다.

간판만 없다 뿐이지 높은 턱과 계단이 있는 가게들은 의도치 않게 '우리 가게는 장애인 사절입니다'를 외치고 있는 셈이다.

공감과 배려가 빚어낸 마음들

임종선 씨와 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도에서 가게로 들어가는 출입문에 철판으로 된 경사로가 설치돼 있고 또 홀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나무로 된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임종선 씨는 "좋아하는 음식을 하는 식당이 있어도 턱과 계단 때문에 가지를 못한다. 장애인들에게는 턱과 계단이 없는 식당이 바로 단골집이 된다. 맛이나 선호도를 떠나 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우선 단골집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임 씨가 이 식당에 단골이 된 것은 식당 주인의 철학과 배려 때문이다. 식당주인인 최황호 씨는 어떻게 하면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편하고 즐겁게 식사를 하고 갈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가게 인테리어를 했던 업자에게 특별주문을 해서 철판으로 된 이동식경사로를 주문했다. 입구에 있는 턱이 장애인과 노약자들에게 불편할 것으로 생각해 철판으로 된 경사로를 설치했고 철판 위에는 카페트를 붙여 미끌어짐을 방지하는 세심함도 보였다. 또 가게 안은 리모델링을 통해 모든 좌석을 입식테이블로 바꿨다. 게다가 임 씨가 자주 가게에 오는데 홀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턱 때문에 불편해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역시 특별주문을 통해 목판으로 된 경사로를 추가로 설치했다.

시중에 목판이나 철판으로 된 경사로를 팔지 않기 때문에 특별주문을 해야 했고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같은 수고로움을 피하지 않은 것이다.

최황호 씨는 "복 요리인데다 양반다리 자세로 식사를 할 경우 장애인과 노약자는 불편함이 크기 때문에 이들이 편하게 식당으로 들어와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경사로도 만들고 입식테이블도 설치하게 됐다"며 "룸도 입식테이블이어서 단체손님들이 선호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지만 장애인과 노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로 뿌듯함도 크다"고 말했다.

대다수 편의점 출입문이 턱과 계단으로 연결돼 있지만 해남종합병원 앞에 있는 미니스톱 우슬점에는 정면과 측면에 경사로가 두 개 자리하고 있다. 7년 전에 문을 열었다는 이 곳은 개점 당시부터 경사로를 설치했는데 그래서인지 장애인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편의점 사장은 별일이 아니라며 이름을 신문에 내는 것 마저 허락지 않았다.

편의점 사장은 "장애인분들을 포함해 손님들이 불편함없이 가게에 들어올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한 것 뿐이지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편의점 주인의 작지만 큰 배려는 장애인들에게 뭔가 대접받는 기분, 누군가 나를 위해 뭔가를 해줬다라는 특별함과 고마움으로 다가왔다.

문턱없는 해남 공감과 지원 필요

장애인들은 경사로를 설치한 시설에 대해 세재 혜택 등의 유인책과 함께 소규모 민간 사업에 대해서도 면적 기준을 더 낮춰줄 것 등 법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보건복지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정부의 사고와 행동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라도 나서야 한다.

문턱없는 해남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배려하는 마음, 이들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공감대 확산, 그리고 민간사업장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법으로 규정하지 않아도 식당에서 국산김치를 사용하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것처럼 자발적인 운동 확산과 실천이라면 못할 것도 없다.

또 다른 방법은 자치단체가 나서는 것이다. 광주 광산구는 모두가 편리한 무장애광산을 목표로 지난해 6월부터 음식점과 약국, 편의점 등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출입구 문턱을 경사로 등으로 바꾸기를 원하는 시설에 개선비용을 지원했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2000여만원을 투입해 35곳의 출입구 문턱을 제거하고 이동식 경사로를 설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강원도 원주시도 올해들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면제된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경사로는 물론 출입구 자동문과 점자블록 등을 설치할 경우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해남군의 경우 이와 관련한 계획이나 예산지원 방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해남에서는 지난 18일 군민광장 등에서 문턱없는 해남을 만들자는 내용이 담긴 장애인의 날 선포식과 함께 출입구 문턱의 문제점과 이를 없애자는 캠페인 형태의 사진 기획전이 열렸다.

이번 장애인의 날을 계기로 문턱없는 해남 만들기, 무장애 해남군이 될 수 있도록 모두의 공감대 확산과 실천, 지원 방안이 뒤따르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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