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관수(해남군선거관리위원 사무국장)

 
 

요사이 인터넷 블로그에서 봄의 전령 매화꽃을 자주 보게 된다. 이해인 수녀님의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라는 '봄의 길목에서' 한 구절처럼 겨우내 준비한 희망의 봄이 소리 없이 우리 곁으로 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시나브로 약동하는 봄의 계절에 농·축·수협·산림조합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3월 13일 실시된다. 누구나 알다시피 과거 조합장선거는 조합자치의 일환으로 각 지역조합의 정관에 따라 선거가 실시됐다. 하지만 조합선거에서 금품수수 만연 등 부작용이 계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2005년 이래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장선거를 의무적으로 위탁받아 관리해 오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합선거를 위탁관리하면서 결과적으로 금품선거가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 상존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입후보안내설명회 등 계기를 이용하여 이번 조합장선거의 화두인 '돈 선거' 척결에 동참해달라고 간곡히 호소하고 있지만 그 호소가 무색할 만큼 금품수수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지역에서도 예외 없이 돈봉투 건이 매스컴에 연일 보도되고 있어 지역민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돈으로 표를 사겠다는 사람도 문제지만 은근히 돈 주기를 바라는 일부 유권자들의 구연한 행태도 문제다. 혹자는 "조합장선거가 공직선거의 물을 흐려놓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공직선거가 끝난 후 "왜 조합장선거 때는 돈을 주었는데 공직선거에서는 주지 않느냐?" 라는 일부 몰지각한 유권자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선진국의 반열에 있는 나라에서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는 '금품수수'라는 불명예스러운 단어!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위탁선거관리의 주체인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번 조합장선거의 금품선거 척결을 위하여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아무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돈 선거'를 뿌리 뽑기 위해 전력을 다해도 조합장 후보자의 높은 준법의식과 조합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이번 조합장선거에서 공정한 선거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후보자와 유권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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