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면 태인마을 임현진 씨
경로당 재능기부 공연 목표

▲ 임현진 씨는 84세의 나이에도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 있다.
▲ 임현진 씨는 84세의 나이에도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했는데 그 때 아코디언에 빠졌어요. 벌써 50년이 넘게 아코디언을 연주했네요"

계곡면 태인마을 임현진(84) 씨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코디언을 연주해온 음악인이다. 태인마을에서 9대째 한 집터를 지키며 살아왔다는 임 씨는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고 광주 수창초등학교, 해남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다가 24살에 서울로 상경했다.

그러다 서울 친구를 통해 아코디언을 접하면서 큰 매력을 느꼈고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풍부하고 다채로운 소리에 빠져들었고, 친구 이춘성 씨와 함께 아코디언 학원을 차려 운영했을 정도다. 한국아동아코디언 합주단도 설립해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공연을 펼쳐왔다.

서울에서 4.19 혁명도 겪었다는 임 씨는 30여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태인마을 이장을 맡아 마을 돌담길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면서도 아코디언 연습은 쉬지 않았다. 지금도 매일 새벽마다 아코디언을 연습한다.

임 씨는 아코디언이 마음을 울리는 소리를 낸다고 표현했다. 아코디언은 건반과 버튼을 누르면서 바람통으로 공기압을 조절해 소리를 내는데, 멜로디와 화음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고 스위치를 통해 다채로운 음색을 낼 수 있어 다양한 연주가 가능하다고 한다.

임 씨는 아코디언 중 가장 다양한 음색을 내는 120베이스, 무게가 14kg 가까이 되는 아코디언을 사용해왔는데 이제는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져 3년 전부터 80베이스를 사용 중이다. 80베이스도 무게가 10kg 가까이 된다.

'고향의 봄' 등의 동요와 가요, 민요, 트로트 등 100곡이 넘는 곡들을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었다는 임 씨. 최근에는 악보가 잘 보이지 않는데다 곡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지만, 세월도 아코디언을 연주하겠다는 그의 열정만은 막지 못한다.

임 씨는 아코디언을 연주할 때 가장 행복하다며 앞으로 513개 마을에서 아코디언 재능기부 공연을 펼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임 씨는 "아코디언은 사실 사양길이죠. 연주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요. 하지만 내가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같은 곡이어도 색다른 음색이 나오는 매력적인 악기예요. 죽는 날까지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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