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배달거리 증가로 부담 늘어
1000개 미만 소량 주문 어려워져

▲ 해남지역과 가장 가까운 연탄공장인 강진연탄공장이 2월 중으로 문을 닫는다. 앞으로는 광주와 화순에서 연탄을 구입해야 해 저소득층 연탄 사용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 해남지역과 가장 가까운 연탄공장인 강진연탄공장이 2월 중으로 문을 닫는다. 앞으로는 광주와 화순에서 연탄을 구입해야 해 저소득층 연탄 사용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해남군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강진군 강진연탄공장이 환경문제와 경영난으로 2월 중 문을 닫게 됐다. 광주·전남권에서는 화순 화광연탄공장과 광주 남선산업이 남는 상황인데, 앞으로는 연탄 배달 거리가 늘어나게 돼 연탄을 사용하는 저소득층의 걱정이 늘고 있다.

강진연탄공장(대표 김이중)은 지난 1967년 문을 열고 서민들의 따뜻한 겨울을 지켜왔다. 당시만 해도 온돌식 난방을 감당하기 위해 나무를 많이 베어 쓰던 것이 산림 황폐화로 이어졌기에 연탄 사용을 장려했다고 한다.

강진연탄공장에서는 종류가 다른 석탄들을 섞은 뒤 분쇄·정제 과정을 거치고 틀에 넣어 압축해 25공 연탄을 생산해왔다. 지난 1988년 올림픽 이후 석유보급이 보편화되면서 연탄 소비량이 줄어들었고 정부에서 가격도 억제하면서 인근 지역의 공장들은 줄지어 문을 닫았지만, 강진연탄공장은 꿋꿋이 강진 뿐만 아니라 해남, 장흥, 완도 등에도 연탄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52년간 버텨온 강진연탄공장도 친환경 에너지를 장려하는 전세계적인 시대적 변화와 연탄소비량 감소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2월 중 문을 닫을 예정이다. 지난 2017년 연탄 생산량은 5500톤 가량이었지만 이듬해인 2018년에는 3300여톤으로 1년 새에 2000여톤 가량이 감소할 정도여서 단가를 맞추기 어려운데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추세가 전망된다는 것이다. 새카만 석탄재로 가득 찬 공장 속에서 묵묵히 일하며 서민들과 동고동락해왔던 김 대표는 아쉽지만 시대적 변화에 순응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강진연탄공장 김이중(81) 대표는 "예전에는 연탄 사용을 장려했고 서민들을 위한 연료라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지금은 워낙 환경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공장을 운영하는 명분이 없다"며 "생산량도 줄어 운영이 힘들다보니 정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강진연탄공장에서 생산한 연탄 1장의 소매 가격은 685원이다. 가정으로 배달 시 강진읍권은 800원, 해남읍권은 830원 가량이다. 연탄은 일일이 날라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기 때문에 배달 거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강진연탄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 앞으로는 광주 남선산업이나 화순 화광연탄공장에서 연탄을 구입해야 하는데, 해남읍을 기준으로 강진은 20km 내외 거리이지만 광주의 경우 80km가 넘는 거리여서 서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삼산면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주민 A 씨는 "기름보일러를 쓰던 집에 들어와 살게 됐는데 난방유 감당이 안 되서 일부러 저렴한 연탄보일러로 바꿨다"며 "강진연탄공장이 폐업하면 저에겐 큰일이다. 광주에서도 연탄을 팔긴 하지만 1000장부터 배달이 되는데 혼자 그만큼 들여놓고 쓰기에는 너무 많고 여름에 보관하기 힘들어서 다음 해까지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선산업에 따르면 해남지역으로 연탄 배달하는 유통업자들의 경우 연탄 1장당 850원의 금액을 받는다고 한다. 가격면으로는 강진연탄공장과 20원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문제는 연탄 개수이다. 강진연탄공장 유통업자들은 몇 백장도 배달이 가능했지만, 남선산업 유통업자들은 거리가 멀어 최소 1000장을 주문해야 배달하기 때문이다.

남선산업 관계자는 "1톤 차량에 연탄 1000장, 2.5톤 차량에는 1500장 정도가 실린다"며 "광주와 해남간 거리가 있기 때문에 몇 백장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갈 수는 없고 2~3곳을 모아서 배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탄을 사용하는 군민들은 보통 11월부터 3~4월, 길면 5월까지 최소 6개월 동안 연탄으로 난방을 한다. 해남읍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70대 어르신은 겨울철 400장 가량의 연탄을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80대 노부부도 단칸방에서 생활하며 하루 3~4장의 연탄을 사용하는데 겨울철 동안 500~600장의 연탄을 소비한다고 밝혔다.

80대 주민 B 씨는 "기초연금을 받아 생활하고 평소에는 시간 나면 박스 등 폐지를 줍는다"며 "보일러를 바꾸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연탄은 교회나 적십자에서 지원을 해줘서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해남군에 따르면 에너지취약계층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광해관리공단에서 지원하는 연탄바우처 이용 군민은 지난 2016년 127가구, 2017년 104가구, 2018년 85가구로 집계돼 매년 100여가구가 신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탄바우처 또한 지금까지는 강진연탄공장을 통해 연탄이 배달됐는데 앞으로는 광해관리공단에서 업체를 재선정해 배달할 예정이다. 일괄적으로 배달하기 때문에 연탄 바우처를 사용하는 군민들에게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원받은 연탄을 소진한 후 추가로 구입할 때나 지원을 못 받은 에너지빈곤층의 경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 2010년 G-20에 제출한 '화석연료보조금 폐지계획'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지난해 연탄 가격(공장도 가격)이 19.6% 인상됐다. 또한 연탄공장에 지급했던 연탄 제조 보조금도 2020년에 폐지돼 연탄 소매가격도 갈수록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각 읍면에서 연탄 사용 가구를 조사해 공동구매를 연계하고, 장기적으로는 보일러시설 변경 지원, 전기사용료 보조나 가옥 단열 개선 지원 등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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