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선(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 센터장)

 
 

우리는 많은 만남과 관계 속에서 바쁘게 살아간다. 얼마 전, 거리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과 마주쳤다. 서로 다른 일정이 있는 처지이기에 '언제 밥 한번 먹자'며 헤어졌다. 같은 지역에 살고 늘 마음이 있기에 며칠 후 전화를 걸어 만남의 날을 잡으려는데 일치하는 날이 많지 않았다. 한참을 조율하고서야 만남의 자리를 하였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그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은 많은 만남 속에서 '언제 자리 한번 하자'고 이야기 하지만, 바쁨으로 인해 그 언제가 언제인지 두 사람 다 모르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 같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프로그램 시간이 변화되고 있다. 모두가 시간이 없고 바쁨으로 인해 참여가 어렵다고 하여 밤과 주말에 진행한다. 그로인해 진행하는 사회복지 종사자도 야간 근무, 주말 근무를 하는 실정이다. 특별한 사업의 1박 2일이나 2박 3일 프로그램은 최소 2개월 전에 일정을 조율하고 협의한 후에 진행된다.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만남의 날을 잡는 것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일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프로그램에 참여를 못하시는 분들도 있다.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바쁨 때문이라고 한다.

현대인에게는 업무와 일 안에서의 '나'가 아닌 진정한 자신으로 돌아가 내면의 나와 대화하고, 가까운 가족, 친구와 마음을 주고 받으면서 삶을 살찌우는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은 먼 나라의 일과 같은 것인가?

물질문명의 놀라운 발전, 인터넷을 통한 더욱 고속화된 세계화와 남보다 앞서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사회 경쟁 구도, 정보화의 전쟁 등으로 늘 바쁘게 달려야 하고 때로는 '바빠야 산다'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현대사회에서는 어쩌면 돈보다 시간이 우리를 노예로 만드는 것 같다.

우리는 진정으로 내 안에서 울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둘러볼 단 몇 분의 시간도 없이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다룬 어른 동화 '모모'라는 책이 있다. 어느 마을에 소녀 모모가 찾아와 살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잘 들어 준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계속 하다가 결국 스스로 방법을 찾아 돌아가곤 했다. 이렇게 이웃들과 소소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며 사는 따뜻하고 평온한 세상에 회색 신사들이 나타나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일을 해 내기 위해 인간관계도 여유도 모두 포기하고 점점 차가워지고 바빠지게 만든다. 세상은 점점 더 편리해지고 부유해지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 따뜻함은 점점 식어간다. 시간을 아끼는 사이에 자신의 삶이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제 아이들을 위해서도 시간을 낼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렇듯 우리는 빨리빨리 하라고 자녀들에게 말하고 때로는 인상을 쓰기도 하며 시간에 쫓기듯이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인생에는 때가 있다고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때에 맞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그 마음에서 그 시간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며 그 마음이 없다는 것은 그 마음에 절실함이 없기 때문이다. 절실함을 찾아 잠시라도 마음 속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면 그동안 우리에게 보이지 않고 그냥 지나쳤던 모든 것들이 새롭고 아름다운 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소중한 시간, 아름다운 시간들을 자신이 만들어 행복한 인생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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