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선(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 센터장)

 
 

인생의 궁극적 목표인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는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추를 얼마나 잘 조율하며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을까? 최근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맞추는 문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워라벨'이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Work and Life Balance'의 약칭으로 '일과 삶의 안정적인 균형'을 뜻하며, 일·가정 양립으로 표현한다. 워라벨을 통해 '저녁이 있는 삶'은 직장 생활이 우선시 되었던 과거와 달리 개인의 일상생활,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 문화가 중요한 가치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평범한 40대 후반 직장 남성의 이야기이다. 경력이 오래된 만큼 직장에서 맡는 일도 많은 편이고, 그가 근무하는 파트는 야근은 물론 주말 출근도 있다. 그러다보니 가족과 어울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항상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은 가득하지만, 집에 들어오면 지쳐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가족과 정답게 대화를 나누거나 아이들과 놀아주는 경험 없이 오직 일에 생활의 패턴을 맞추며 살아왔다. 가장으로서 열심히 일한 만큼,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가족만큼은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을 깨닫고 섭섭한 마음이 앞선다면서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라는 고민이 숙제로 남은, 이 시대 직장 남성들 뿐 아니라, 맞벌이 부부들이 느끼는 자화상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인생 목표 1위는 화목한 가정이며, 2위가 많은 연봉으로 나왔고, 직장인의 꿈 1위는 가족과 함께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2017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대한민국 행복지수는 OECD 35개국 중 29위라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해마다 '더 나은 삶 지수'를 평가하여 발표하는데 지수 중에 '하루 중 자기 관리와 여가에 활용하는 시간'을 측정했는데, 이 부문에서 네덜란드는 10점 만점에 9.3점으로 1위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4.7점을 기록했다고 한다. 정부는 올해 2월, 주당 최대 68시간인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연간 노동시간이 긴 나라에서 벗어나 약칭 워라벨 문화인 가족과 함께 하고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삶'으로 향한 중요한 시발점을 이룬 셈이라고 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일·가정 양립과 업무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근무혁신 10대 제안을 제시했다. ①정시퇴근 ②퇴근 후에는 업무 연락 자제 ③업무 집중도 향상 ④똑똑한 회의 ⑤명확한 업무지시 ⑥유연한 근무 ⑦똑똑한 보고 ⑧건전한 회식문화 ⑨연가사용 활성화 ⑩관리자부터 실천하기이다. 장시간 근무관행을 바꾸고 일하는 방식과 일하는 문화를 바꾸자는 것이다. 일상의 삶이 균형 있게 공존하면서 성공적인 직장과 화목한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개인의 직장이나 가정의 환경, 가치관 등에 의해 차이가 있겠지만 워라벨의 저녁이 있는 삶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과연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들지만, '워라벨'을 통해 주어진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추억을 만들며 자기계발, 가족 건강 증진 등을 위해 보내면서 힐링과 쉼을 통해 자유를 얻는다면 아름다운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인생 중 많은 부분을 일하면서 산다.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고 더 잘 살기 위한 과정이며 삶의 보람을 주지만 가족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부자가 되고 성공해도 공허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일은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때 성공한 것이고 그 성공이 가족과 함께 할 때에 진정으로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일과 가정을 모두 중요한 요소로 균형 있게 만들어 나감으로 더욱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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