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집하장 27곳 추가 설치
재활용 처리과정도 지원 필요

▲ 영농폐기물 재활용을 위해 해남군이 군내 257개소에 공동집하장을 설치했다. 마산면 대상마을 공동집하장 모습.
▲ 영농폐기물 재활용을 위해 해남군이 군내 257개소에 공동집하장을 설치했다. 마산면 대상마을 공동집하장 모습.

중국이 지난 1월 1일부로 재활용쓰레기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는 조치를 내리면서 재활용품 대란이 발생해 농사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영농비닐 등을 비롯한 영농폐기물 재활용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영농폐기물은 주로 폐비닐과 농약용기 등이 포함된다. 농사를 지으며 두둑에 비닐이나 부직포, 볏짚 등을 이용해 흙을 덮어주는 작업을 멀칭(Mulching)이라 부르는데, 여기에는 주로 가볍고 값이 저렴한 비닐(PE, 폴리에틸렌 필름)이 사용되고 있다.

멀칭을 할 경우 토양 온도와 수분 유지·관리가 쉽고, 검은색 비닐을 사용할 경우 잡초 발생도 줄어 제초효과도 있다. 작물 성장속도가 빨라지는데다 수확량도 늘어나 농사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보니 대부분의 농민들이 배추·고추 등 밭작물 재배에 비닐멀칭을 하고 있다.

하지만 비닐멀칭을 할 경우 농사를 짓고 난 뒤 발생하는 폐비닐 양이 상당하다. 비닐하우스 농가에서 발생하는 폐비닐도 포함하면 그 양은 더욱 늘어난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환경보호를 위해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 비닐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보급화되지 않아 해남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폴리에틸렌 필름 비닐을 사용한다.

폐비닐은 잘 썩지 않아 토양을 오염시키고 불법 소각할 경우 유독물질을 발생시켜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농사가 끝난 후 폐비닐이 수거되지 않은 채 방치되면서 경관을 해치기도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사용한 농약용기 또한 제대로 수거되지 않고 방치되면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

이에 정부는 폐기물보상금제를 운영해 영농폐기물 수거를 장려하고 있다. 해남군은 각 읍·면 곳곳에 영농폐기물 공동집하장을 조성했으며 한국환경공단 호남권지역본부 해남수거소에서 수거한다. 지난해까지 군내에 조성된 공동집하장의 수는 모두 257개소로, 군은 올해 27개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민들이 공동집하장에 폐비닐이나 농약용기 등 영농폐기물을 모아놓으면 수거소에서 이물질 유무에 따라 적정 등급을 책정해 보상금을 책정한다. 이에 따라 해남군이 국비·군비로 각 마을에 보상금을 지급하는데 폐비닐은 적정 A·B등급의 경우 1kg당 100원, 부적정 C등급은 90원이고 농약 플라스틱병은 1600원, 유리병은 300원이다. 농민 개인이 직접 해남수거소에 방문해도 된다. 지난해 해남군이 지급한 영농폐기물 보상금은 폐비닐 7억2700만원, 농약병 18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환경공단이 조사한 지난 2016년 영농폐기물 수거량에 따르면 해남군내에서 수거된 폐비닐은 하우스용 496톤, 멀칭용 3834톤, 기타 47톤으로 총 4377톤이 수거됐으며, 전남과 광주 23개 시군 중 가장 많은 양이 수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집하장이 설치된 마산면 대상마을의 최길순 이장은 "농사를 지을 때 보온과 제초효과 등 다방면에서 이점이 있어 맥류 외에는 거의 비닐을 사용한다. 농사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만큼 이를 수거해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며 "마을에서 모은 폐비닐로 보상금을 받아 마을 회관이나 자체 상수도 운영비 등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농가에서는 공동집하장과의 거리가 멀거나 고령화로 인해 운반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불법 투기해 방치하거나 소각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단속과 환경보호 공동집하장 이용의 필요성에 대한 계도활동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차광막이나 부직포 등의 영농폐기물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영농폐기물 수거 과정과 처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농폐비닐은 일반 폐비닐과는 달리 고형연료(SRF)가 아니라 고무 대야 등 생활용품으로 가공되거나 재생 연료의 펠릿으로 재활용되는데, 이물질이 섞여있을 경우 재활용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남에서 지난 2009년부터 영농폐비닐을 재활용 원료로 가공하는 A 업체 대표는 "한국환경공단에서 1kg당 7원을 주고 폐비닐을 사오는데 이 중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폐비닐은 2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나머지 80%에는 흙과 수분 등 이물질이 묻어 이를 제거하는 작업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광산에서 금 캐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재활용은 수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자원으로 재생산해낼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의 지원이나 대책이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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