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신(해남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요즘엔 어딜 가나 선거후보자들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에 바쁩니다. 지역신문들은 후보자들의 동향과 발언을 실어 군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정책이나 공약 자료가 나오기 전이어서 신문에서 전하는 정보가 후보들의 자질이나 활동 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것 같습니다. 군수후보가 확정되고 지난주 신문에는 후보자들의 발언이 실렸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아쉬운 점이 떠올랐습니다.

후보자들은 자신들의 진짜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수 후보자중 한 명은 770명 가량의 공무원들의 수장이 될 것입니다. 770명의 손과 발, 눈과 귀, 마음을 움직여 해남군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이끌어나갈 조직의 청렴성과 전문성, 효율성, 개방성 등을 높일 방안에 대해 군민들에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의 살림과 계획과 실행을 맡고 있는 핵심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공무원 1명이 군민 100명을 살피고 도와야 합니다. 770명의 공무원들이 손과 발, 눈과 귀, 마음을 움직여 군민들을 살피고 필요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공무원들은 거의 대부분 평생 지역을 위해 일하는 전문가들이고 군수는 그 조직의 건전성과 효율성, 창의성이 발현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770명의 공무원은 군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어서 당연히 지역경제를 살리고 복지를 확장하고 잘사는 해남을 만들려고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군수는 잘사는 해남을 '내'가 '부하직원'을 시켜서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고민하고 방안을 찾고 협력하여 함께 해내도록 '내'가 지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들은 해남군의 핵심역량이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사람을 중심에 두는 원칙에 충실하고 투명하고 창의적이며 전문적이고 열려있어야 하며 도전적이야 합니다.

군수는 해남군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을 성장시켜 그것이 군민을 위한 일에서 발현되는 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민들은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제왕적 군수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허망하며 위험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일인지 우리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군수 후보자라면 해남군의 중장기를 준비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임기에서 시작하고 내 임기에서 성과를 내는 단기사업은 멈춰야 합니다. 4년의 임기동안 부족한 것을 손질하여 지속가능하게 하고 다음을 위해 기초를 만들고 다지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 잘 살게 하겠다는 공약은 허망하기 그지없습니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하에 그간 벌여왔고 벌이려 했던 일들을 점검하고 그것이 지역에 미쳤던 영향이나 예산의 효율성 등을 먼저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해남군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을 나는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먼저인지 무엇이 다음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방향과 정책은 없고 사업만 난무한 흔적들을 우리는 해남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군민들은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군수후보자들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선택이 여러 번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선택은 신중해질 것이고 어떤 후보가 믿을 만한지 생각하고 또 생각할 것입니다. 이러한 군민들이 770명의 공무원들이 정말 바라는 지도자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역할을 원할 것인지, 어떻게 '군수'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 공약, 이전에 고민하는 후보자가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