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지적장애인 피해 많아
쉬쉬 감추기,2차피해 없어야

▲ 해남성폭력상담소는 22일 아동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해남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와 아동 성폭력 없는 사회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 해남성폭력상담소는 22일 아동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해남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와 아동 성폭력 없는 사회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해남에서도 성폭력 피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남성폭력상담소(소장 김수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상담소를 통해 접수된 성폭력 피해자는 모두 44명으로 한달 평균 3.6명에 달했다. 유형으로는 성폭행과 유사성폭행이 36명, 성추행이 8명였다. 그러나 이같은 성폭력 피해 사례 가운데 실제 재판에 넘겨져 가해자가 기소된 경우는 6건에 불과했다.

지역사회가 좁다보니 피해자나 가해자에 대해 되도록 쉬쉬하는 분위기가 많은데다 피해자의 경우 인적사항이 드러나고 자칫 평소 처신까지 거론되는 등 2차 피해마저 우려되다 보니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이 나서서 상담만 받고 문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 44명 가운데 장애인이 10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10대 학생이나 알바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례도 여러 건에 달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피해가 상당해 이에 대한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해남성폭력상담소가 접수한 피해사례를 보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여대생의 경우 회식을 하러 온 공무원들이 자신을 계속 '이쁜이'라고 부르며 치근덕거려 식당 주인에게 불쾌감을 표현했지만 알바 일을 못하게 될까봐 더이상 문제를 삼지 않고 그냥 넘어가버렸다.

한 10대 학생은 중학교 때 시외버스 안에서 60대 남성에 의해 성추행을 당했다가 사안이 경미하다며 쉬쉬만 하던 부모님 때문에 상담만 받았다가 이후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남자 교사들에 대한 거부감으로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등 극심한 정신적 외상 피해를 겪고 있다. 또 20대 지적장애인 여성은 병원에서 알게 된 50대 남성이 평소 잘 대해주다가 갑자기 돌변해 병원 인근 산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상담소에 이 사실을 알렸다. 결국 이 남성은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또 40대 지적장애인 여성의 경우 양파수확 작업을 하던 중 남아서 뒷정리를 하고 가라는 말에 혼자 남게 됐다가 농가 주인에 의해 성폭행을 당할 뻔 했는데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그 뒤로 사건처리는 되지 않았다.

김수아 소장은 "사회적 약자들의 경우 신고나 피해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고 피해 학생들의 경우 학부모들이 문제가 커지는 것을 우려해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피해 당사자는 이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계속 고통 속에 살게 된다"며 "감추지 말고 용기 있게 피해사실을 말할 수 있고 이를 잘 들어주며 문제가 해결되고 가해자가 반드시 처벌될 수 있도록 모두가 나서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신고에 대한 두려움이 있겠지만 신고를 해야만 문제가 해결되는 만큼 피해가 발생했다면 성폭력상담소나 경찰에 피해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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