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주일(북일중앙교회 목사)

 
 

201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1월 1일 새해를 시작하며 달마고도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예전에 달마산을 몇 번 등산했던 적이 있었지만 달마고도 둘레길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날 둘레길은 한산했습니다. 잘 단장된 둘레길을 처음 걸어본 기분, 그것은 새해를 여는 큰 기쁨과 행복이었습니다.

새해 첫 날에 새로운 길을 걸으며 마음을 새롭게 하고 한 해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전 구간을 걷지는 못했지만 잠시 걸었던 그 길은 누구나 걷기에 좋은 길이었습니다.

자연을 벗 삼아 혼자 걸어도 좋고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나 동료들과 함께 걸으면 더 좋은 길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레길을 걸으며 인생은 길을 걷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목사님들과 산행하다 한 목사님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길을 의미하는 한자에 도(道)와 로(路)가 있는데 두 글자를 합해 도로(道路)라고 합니다. 도(道)에는 머리 수(首), 로(路)에는 발 족(足)이라는 한자가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은 머리와 발이 함께 움직이고 작동해야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가지고 건강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말이었습니다. 공감이 가는 좋은 가르침이었습니다. 나의 인생길에 이런 깨달음을 주시는 분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 다양한 사람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나와 동행하는 사람, 그 사람이 나와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외모·마음·생각·경험·꿈이 다른, 모든 것이 다른 사람도 있습니다. 나와 다르지만 귀중한 생명을 가진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다름을 틀렸다고 적대시하거나 제거해야할 대상이라 할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름을 인정하면 그것은 특별함이 됩니다.

그 사람이 나의 소중한 이웃이기에 이해하고 존중하면 공존의 삶이 가능해 집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조정과 조율을 거쳐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정말 멋진 사회,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 한 색깔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7가지 색의 조화가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각종 악기들이 모여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연주자들이 악기를 연주하므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달리기에 비유하곤 합니다.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라기보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과 같다고 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듯이 인간은 사회적·관계적 동물이므로 더불어, 함께 걷는 인생길이면 함께 행복해질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좋은 생각을 하고, 건강한 꿈을 가지고 미래를 열어가는 발걸음이면 좋겠습니다. 희망과 꿈을 위해 도전하는 용기와 담대하게 사는 사람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이성과 상식이 통하는 사람중심의 세상, 정의와 평화와 사랑이 충만한 새로운 세상을 위해 걸으면 좋겠습니다. 힘들고 지치고 상처 받은 이웃을 보듬어 안고 위로와 치유와 회복을 주는 발걸음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누군가가 만들어 주기를 바라만 보는 사람이 아니라 주인으로서 자존·자주·자치의 공동체·상생과 공존의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소원합니다.

따로 또 같이, 더불어 사는 사회, 기본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기쁨·감사·행복한 미래 우리가 만듭시다. 우리가 주인입니다.

▶달마고도(達摩古道)
미황사에서 시작해 큰바람재와 노시랑골, 물고리재 등 달마산 주능선 전체를 아우르는 총 길이 17.74km의 걷기 여행길로 모두 4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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