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이 국어국문학과이다보니 자의 타의로 전국 문학관을 여러 차례 방문했었다. 혼불문학관,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 한국가사문학관, 윤동주문학관…. 당장 생각나는 문학관을 헤아려봤지만 부끄럽게도 못 가본 문학관의 수가 훨씬 많다. 전국에 있는 문학관 수만 해도 106곳이나 되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기준) 대표적인 문학인이나 작품과의 연관성을 앞세우거나 혹은 장르별, 지역별로 문학관을 조성한 사례가 상당하다.

땅끝순례문학관은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해남 문학인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추진되어왔다. 그래서인지 명칭에도 '땅끝'과 '순례'가 들어간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완공된 건물은 부실공사로 하자보수 논란이 일어나면서 몇 년을 잠만 자야 했다. 소장 자료 모집에도 애를 먹었다. 문인들의 유물이나 소장품을 기탁받아 전시하려고 했지만 생각만큼 자료가 모이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소장품의 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수장고에 물이 샐 정도라니. 문학관 조성 계획 초기부터 어떤 콘텐츠를 채워 넣을지에 대해서는 안일하게 생각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이라면 100여곳의 다른 문학관과 어떤 차별점을 가질 수 있겠는가.

문제가 많을지라도 혈세 64억원을 투자한 문학관인 만큼 마냥 미워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게다가 문학관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매년 운영비에 2~3억원의 예산이 든다. 그렇다보니 해남군도 하자보수 소송을 진행하면서 미뤄왔던 개관을 결정하고 앞으로의 운영과 문학관 개선을 위해,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첫 단추가 심히 잘못 끼워졌지만 다시 풀어 채우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해야 할 때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건립됐음에도 2017 대한민국 최우수 문학관에 선정된 인근의 강진군 시문학파기념관을 부러워만 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 군수가 공석인 상태이다 보니 내년 지방선거까지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 인력만으로 톡톡 튀는 운영이 어렵다면 전문가를 영입해 끌고 나가야 하지만 명확한 방향성이 없다 보니 이도저도 아니게 될 우려가 크다. 땅끝순례문학관이라는 이름답게 '무엇을' 순례할지 끊임없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학관 후발주자로서 답답한 상황이지만, 정부에서도 문학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니 희망은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문학정책 청사진이 담긴 제1차 문학진흥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약 2277억원을 투입해 문학 창작 지원 확대, 향유 기반 구축, 한국 해외진출 및 문학교류 강화, 문학진흥 인프라 구축 등 4개 전략을 밝혔다. 정책에 발맞춰 해남만의 문학 산실과 생가 연계 코스를 개발하는 등 독특한 문학 프로젝트를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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